이 같은 일이 미국에서 벌어진다면(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관계 당국, 그리고 주민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미국의 시스템에 비추어 한번 분석해 보자.
첫째, 가격(분양가)은 수요와 공급이 결정하는 것이다. 거기에 당국이 개입하거나 간여할 수 없다.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 낮추어라, 응하지 않으면 세무자료를 국세청에 넘기겠다…. 자유시장경제체제에서 이 얼마나 큰 난센스인가.
둘째, 그럼 공급 부족을 최대한 악용하려는 업자들의 횡포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우선 지방자치단체가 건설계획 단계에서부터 나선다. 건설 승인 과정에서 타운의 공공 이익을 위한 여러 조건들을 제시한다. 이를테면, “좋다. 값은 너희가 받고 싶은 대로 받아라. 그런데 너희가 돈을 버는 것은 우리 타운 안에서다. 그 이익 중의 얼마를 타운 발전을 위해 내놓아라”는 식이다.
셋째, 이때 주택업자가 이 부분까지 분양가에 덧붙여 값을 더 비싸게 올릴 우려가 있다. 이럴 때는 업자의 수익에 따라 누증제를 적용하면 될 것이다.
넷째, 항상 공급이 충분한 미국의 부동산시장에서는 한국과 같이 청약만으로 큰돈을 버는 부동산 투기가 있을 수 없다. 만의 하나 이 같은 투기 과열 현상이 벌어진다면 이를 어떻게 다스릴까. 미국의 많은 아파트 및 타운 하우스 등 공동 주택은 자체 내규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이 내규에는 ‘신규 매입자는 일정 기간 본인이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투기를 목적으로 사자마자 파는 일은 할 수가 없다. 더욱이 그 소유권(title)이 완전히 자기에게 돌아오기 전에는 법 절차상 또 다른 매매가 불가능하다. 실질적 소유권을 갖고 있는 담보융자(mortgage loan)회사의 승인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인과 한국인의 집에 대한 기본 개념의 차이다. 미국에선 집을 일시불로 사는 일은 거의 없다. 보통 30년 담보융자로 구입한다. 그러니까 대학을 졸업한 후 결혼연령인 30대에 집을 구입하면 은퇴할 나이인 60대에 이르러서야 100% 자기 소유가 된다. 그 동안 명색이 자기 집이지, 실제는 담보융자 회사의 소유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월세 사는 것과 별로 다를 바 없다.
집이란 것이 우리가 사는 동안 점유하고 이용할 수 있으면 되었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한사코 ‘소유’만을 고집하는가. 이 점에서 땅 면적에 비해 인구가 너무 많은 한국의 경우 임대 위주의 주택 정책이 펼쳐져야 하리라고 본다.
이 모든 것이 미국과 같이 돌아가려면, 그 전제 조건으로 업자들의 경영 회계의 투명성, 국민의 납세의 정직성, 관계 당국이 ‘최대 다수의 최대 복리’를 우선시하는 사회정책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장동만 재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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