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우리나라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재외국민의 참정권 문제가 뜨겁게 논쟁 중이다. 외국에 거주하는 동포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국민의 투표 참여를 확대시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려는 국가적 의지와 가치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재외 국민에 대한 투표권 부여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소극적인 의미를 넘어 세계로 진출하면서 동시에 세계의 흐름을 흡수한다는 적극적 의미를 담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들이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시기는 경제와 정치의 세계화가 주도적 경향으로 나타나던 1970, 80년대였다. 특히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국가들은 당시 유럽경제공동체의 확대와 발전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각국 재외국민에 대한 부재자 투표제를 도입했다. 서유럽국가들이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국경을 허물고 통합을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통합된 사회 속에서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을 확보하려 했음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서는 자국민에게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국내 선거의 투표권을 행사하는 권리를 보장해 국민이 자신감을 갖고 외국으로 적극 진출하도록 촉진하는 동기를 부여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재외국민이 거주하는 국가의 정치, 사회, 문화적 경험을 통해 체득한 다양한 시각과 의견들이 모국의 정치에 반영되는 흡수효과도 거두었다.
재외국민의 투표권 부여를 이처럼 교류와 통합이 촉진되는 세계화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이 제도의 도입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문제점들은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예상되는 시간과 경비문제는 수출주도형의 한국 경제를 위한 제도적 투자라는 개념으로 전환될 수 있다. 또 교민들의 반목과 갈등에 대한 우려는 국내 정치문화의 후진성이 원인이기 때문에 오히려 국내 정치를 발전시키는 촉진제가 될 수도 있다.
오랜 민주주의의 역사와 다양한 경험을 가진 프랑스의 정치문화를 현장에서 지켜본 우리 동포들의 투표 참여는 지역 갈등과 부정부패로 얼룩진 한국 정치를 합리적인 정책 논쟁으로 변화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런 참여를 통한 변화의 기대는 프랑스 민주정치에 대한 학자들의 설명이나 언론의 소개보다 훨씬 더 직접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다.
우리가 고유한 문화와 전통에 기초한 정체성을 발전시키면서 다른 나라들과의 교류와 협력을 촉진시키는 세계화의 주도 국가로 부상하기를 바란다면 재외국민 투표권 보장은 찬반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실천 방법의 논의 대상이라고 하겠다.
하석건 프랑스 교포신문 ´오니바´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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