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찾는 서울 손님도 많다. 정부의 고위인사를 비롯해 학계 및 기업인사 등이다. 이들 저명인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누리려면 서울보다 뉴욕에 사는 것이 훨씬 나을 것으로 생각될 정도다.
국제무대에서 경쟁해야 하는 요즘, 뉴욕처럼 전 세계의 투자가들이 집결해 있는 곳에 각계의 지도층 인사가 많이 찾아와 우리나라를 알리고 우리 경제를 설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1997년의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위기를 극복해 나간 한국의 노력과정과 경제실상에 대해 이들은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 관련 단체인 ‘코리아 소사이어티’(KS)의 연례만찬엔 늘 뉴요커들이 운집한다. 한국정부 혹은 기업의 큰 얼굴이 왔다고 하면 여기저기서 서로 연사로 초빙하려고 경쟁을 벌이는 모습도 보인다. 그래서 뉴욕에서는 한 달이 멀다 하고 서울손님이 연사로 등장하는 오찬이나 만찬이 열리고 있다.
이들 뉴요커는 대부분 미국 굴지의 금융인과 기업인, 투자가이므로 대단히 중요한 청중이다. 이들은 한국경제의 성장은 지속될 것인가, 햇볕정책의 성과와 남북경협 전망은 어떠한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정부의 개혁정책은 계속 추진될 것인가 등 수많은 사안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이러한 오찬이나 만찬에는 일본 캐나다 등 우리와 관계가 깊은 나라의 기업인들이 종종 얼굴을 내민다.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나 앞으로의 정책방향 등을 세계에 알리는 데에 뉴욕만 한 무대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상황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가는 것에 비례해 우리나라의 대변인도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 인사는 정부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기업인은 재계의 견해를 이야기하고, 학자는 제3자의 입장에서 자기 의견을 알리면 된다. 그럼으로써 한국의 최근 상황에 대해 한국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며 기업인이나 정책당국자의 의견은 어떤 점에서 비슷하고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는지 세계가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외국인투자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 손님의 뉴욕방문은 환영할 일이다. 다만 세계의 금융 및 기업 중심지인 뉴욕에서 한국사정에 대한 PR를 해야 하는 중대한 역할을 맡은 분은 준비할 게 있다. 뉴욕 방문 목적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발표내용과 영어구사에 세심한 준비를 하고 왔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또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통역을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영어로 연설 및 질의응답을 잘 할 수 있으면 편리한 일이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해서 흠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뉴욕을 찾는 도쿄 손님이나 베이징 손님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종종 통역을 사용하면서 자기 나라 사정을 잘 이야기하고 있다.
임호균 전경련 뉴욕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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