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공교육시스템이 잘 돼 있다. 만 3세부터 고등학교까지 거의 무상으로 의무교육이 이뤄진다. 학교생활은 오후 4시반까지, 원하면 6시까지이므로 돈을 들여 과외로 아이들을 보살피거나 교습을 받게 할 필요가 없다.
자연히 사교육비는 거의 들지 않는다. “숙제 했니?” “응”이면 끝이다. 학교에 가지 않는 수요일엔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하는데 이것도 시립단체에서 하기 때문에 아주 저렴하다. 수요일과 방학 때도 부모가 사정이 여의치 않거나 아이가 원하면 약간의 비용으로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돌봐주기 때문이다. 딸아이도 작년에 친구도 사귀고 프랑스어도 익힐 겸 거의 매주 수요일과 방학 때 학교에 갔다.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다 이곳에 왔을 때 딸아이는 놀러가는 기분이 들 정도로 느슨한 학교생활을 즐거워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초등학교 때도 유급과 월반제도가 있다는 사실이다. 담임교사는 아이의 능력을 꼼꼼히 체크하는데 등수를 매기거나 객관식 문제를 풀게 하지 않는다. 학년말이 되면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담임선생님과 교장의 판단 아래 유급 및 월반이 결정된다.
딸아이의 친구 중에도 유급한 친구가 있었는데 부끄러워하거나 숨기려 하지 않았다. 자신의 학습능력을 다지는 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급을 한다는 것은 제대로 잘 하고 있다는 확실한 보증이 된다.
이곳 대학 학제는 대학입학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를 통과하고도 2년여의 준비학교를 거쳐 입학시험을 치러야 하는 그랑제콜과 대학으로 이원화돼 있다. 이 같은 대학입시제도는 소수의 뛰어난 학생들을 제외한 대다수 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해주는 이점이 있다. 유럽 통합 이후 추진하고 있는 대학개혁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긴 하지만 공교육을 잘 따라가기만 하면 무난히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점이 프랑스 교육의 매력이다.
그러나 그 수준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대학입시는 외국어 장벽을 넘어야 하는 우리 아이들로서는 쉽지 않은 관문이다. 또 프랑스의 교육시스템은 프랑스인의 삶의 스타일 및 사회문화적인 배경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그러니 그것이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될 수도, 조기유학 온 아이들에게 늘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수도 없다.
게다가 이곳 역시 30년 이상 된 낡은 교재로 부모가 배운 것과 같은 내용을 가르치는 학교, 툭하면 파업을 일삼는 선생님, 다민족사회 특유의 문화종교간 갈등 등 고민이 많다. 이런 교육 현실은 부모와 떨어져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조기유학생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역시 조기유학은 충분히 알아보고 준비한 뒤에야 결행 여부를 생각해 볼 일이다.
정연복 프랑스 루브르학교 학생·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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