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업의 직원 채용 방식은 까다롭고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요즘 독일 실업률이 10%를 넘나들다 보니 채용 과정은 더욱 엄격해졌다. 독일에서 취업은 사실상 대학 재학 중 인턴 경력을 쌓는 데서 시작한다. 인턴 과정에서 좋은 점수를 얻은 사람만이 정식 채용에서 1차 면접을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이 1차 면접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심리학박사 또는 인력관리담당 임원이 2시간 정도 할애해서 일대일 면접을 한다. 총 4, 5차례 면접을 치르는데 첫 번째가 이 정도니 최종 면접까지 치르다 보면 ‘파김치’가 된다.
나에게 추천서를 받아간 그 젊은이가 1차 면접을 한 지 얼마 안 돼 회사 인사담당자와 약속을 잡은 것을 알게 됐다. ‘결과가 좋아 2차 면접을 보게 됐나 보다’ 하고 축하를 해 주려니 그는 “1차에서 떨어졌는데 그 이유에 대해 피드백을 받기 위한 약속”이라고 한다. 낙방한 사람에 대해서도 1시간여에 걸쳐 상세하게 그 이유를 설명해 주니 다음 기회에는 좀 더 잘할 수 있게 된다. 피드백은커녕 예정된 합격자 발표일까지 회사에서 연락이 없으면 그냥 ‘떨어졌나 보다’ 하고 짐작해야 할 뿐인 한국의 현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직원들은 어려운 관문을 뚫고 입사했다고 기뻐할 틈이 없다. 회사가 최대의 생산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1년 전 이곳에 온 나는 한국에서보다 업무량이 두 배 정도 늘었다. 그렇다고 야근을 자주 하는 사람은 오히려 자기 시간 관리를 못하는 무능한 사람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모두들 근무시간의 1분 1초를 아껴 근무에 집중한다.
얼마 전 회사 부회장이 내 사무실로 찾아와서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급한 일이 생겼는데 잠깐 얘기할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그가 미안해한 이유는 나와 미리 스케줄을 잡지 않고 불쑥 내 사무실에 찾아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 자신과 나의 일이 회사에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대다수 독일 기업들은 열심히 ‘부려먹는’ 만큼 정년퇴직을 보장해 준다. 요즘 이곳에서도 조기 퇴직이 점차 늘고 있지만 아직은 정년까지 회사가 책임져 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국에서 빠른 퇴직을 빗대 ‘삼팔선’이니, ‘사오정’이니 한다는 말을 이곳 동료들에게 들려주면 모두들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독일 기업들은 경기 상황에 관계없이 신중하게 뽑아서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한번 채용한 사람은 끝까지 신뢰한다는 원칙을 지켜 나가고 있다. 지방마다 세계적인 기업을 하나 정도씩 배출하는 독일의 저력은 바로 이런 철저한 인재 관리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서혜민 독일 니베아 인터내셔널 마케팅 브랜드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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