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재직 중인 캐나다 학교의 교사들로부터 자주 듣는 얘기다. 물론 그리 좋은 의미는 아니다. 한국을 제외하면 초등학교 2, 3학년생이 부모 동반 없이 유학을 오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10년 넘게 이곳 학교에서 유학 상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나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어린 나이에도 성공적으로 몇 개월 혹은 몇 년 동안 유학생활을 잘 마치고 돌아가는 학생도 있지만,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에 건너와 뿌리째 옮겨 심어진 나무처럼 스트레스를 받고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도 보게 된다.
“저희 아이는 한국 학생들이 없는 지역에 있는 학교에 보내기를 원합니다.” “현지인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싶습니다.” “될 수 있는 대로 일찍 보내서 유창하게 영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자녀를 조기에 유학 보내는 한국 부모들의 ‘희망사항’은 대개 비슷하다. 부모들의 노력은 좋은 학교를 찾는 데 집중된다. 외국에서 혼자 떨어져 공부하게 될 어린 학생들이 느낄 외로움과 두려움은 뒷전이다.
요즘은 자발적으로 조기유학을 원하는 학생도 많지만 그들 역시 외국생활이 가져다 줄 스트레스의 실체에 대해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있는 학교의 초등학교 과정은 외국학생 비율이 10% 정도인데 한국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하는 편이다. 그러나 일부는 학교와 기숙사, 현지인 홈스테이 가정에서 받는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방황한다. 이럴 때는 한국 부모, 학교 담임교사, 홈스테이 부모들과 함께 해당 학생을 상담하는데 부모의 부재(不在)에 따르는 불안감, 언어 때문에 생기는 욕구 불만과 피해 의식이 가장 큰 원인이다.
요즘은 부모 중 한 명이 자녀와 함께 외국생활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부모도 자녀들의 고민에 대해 속속들이 알기는 힘들다.
나는 학부모들에게 직접 학교수업을 참관하고, 현지인 홈스테이 가정에 어느 정도 묵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많은 학교가 학부모 수업참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기에 참가하는 한국 부모는 거의 없다. 또 대다수 한국 부모는 홈스테이에 들어갔다가 음식이 맞지 않고 답답하다면서 금방 호텔로 옮긴다. 직접 체험해 보면 자녀의 입장에서 부모로서 어떤 결정을 해주어야 할지 훨씬 명백해진다.
영어 실력이 진학과 취업, 인생의 성공에 직결된다고는 하지만 하나의 기술에 불과한 영어를 익힐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린 아이들을 외국에 보내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다. 영어는 유창하게 쓸지 모르지만 인성개발 측면에서 잃는 부분이 훨씬 더 클 수 있다.
세상 어느 누구도 부모를 대신 해줄 수는 없다. 아이들이 정말 원해서, 또는 교육적·경제적으로 충분한 준비가 된 상태에서 조기유학을 시도한다면 그것이 아이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좀 더 충분히 생각해보고 이에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채원아 캐나다 본드아카데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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