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살린 사람들 5]우런바오 中화시촌 서기

  • 입력 2002년 5월 5일 18시 45분


‘천하제일촌(天下第一村).’

중국 상하이(上海) 북쪽 200㎞.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에서 비포장도로로 30여분을 달려가면 장인(江陰)시라는 곳에 독특한 마을이 하나 나타난다. 농촌이라고는 하는데 여느 농촌과는 분위기가 판이하다. 마을 입구부터 공장 굴뚝이 즐비한 데다 집들도 농가 주택이라기보다는 마치 잘 장식된 별장촌을 연상시킨다. ‘중국 농촌의 미래’로 선망받는 화시(華西)촌이다.

“가장 작은 집도 건평이 400㎡가 넘습니다.”

촌당위원회 쑨하이옌(孫海燕) 선전과장의 얘기다. 불쑥 들어가 본 한 집도 무려 580㎡. 가장인 주상다(朱尙達·52) 부부와 딸 부부, 외손자 등 3세대 다섯 식구가 사는 3층 양옥집이다. 거실을 장식한 값비싼 원목 탁자에는 지난해 2만위안(약 320만원)을 주고 샀다는 50인치짜리 도시바TV가 놓여 있다. 각층의 널찍한 침실마다 욕조를 갖춘 목욕탕이 딸려 있고, 2층 복도에는 피아노가 놓여 있다. 일반 중국 농촌 주민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사치’다.

주씨는 촌이 경영하는 화시진타(金塔) 호텔의 요리사라고 밝혔다. 지난해 연봉은 15만위안(약 2400만원). 화시강관(鋼管)공장에서 일하는 부인은 봉급이 더 많다고 한다. 봉급과 보너스를 의미하는 ‘궁쯔장진(工資奬金)’ 외에도 수입은 또 있다. ‘구진펀훙(股金分紅)’이라고 불리는 주식 배당금. 주씨 부부는 지난해 20여만위안을 받았다고 한다.

이 밖에 ‘춘민푸리(村民福利)’로 불리는 주민 보조금이 있다. 노인 있는 집에는 경로보조금, 아이들이 있는 집에는 유아원에서 대학교까지의 학비보조금이 지불된다. 1인당 매년 쌀 100㎏, 현미 50㎏가 지급되며 옷도 한 벌 이상씩 배급된다. 공장건설로 농지를 빼앗겼다는 이유로 주민들에게 매년 1인당 1000위안의 위로금도 지급한다. 2000년 100세가 된 천전메이 할머니는 촌으로부터 37만위안(약 6000만원)의 축하위로금을 받았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 100만∼400만위안(약1억6000만∼6억4000만원)의 저축통장들을 갖고 있다는 게 쑨 과장의 얘기다. 화시촌은 주민들의 재산상황을 마을 공원에 가구별로 공개하고 있다.

전기기술자인 자오춘룽(趙春龍)과 회계경리인 리중화(李$花) 부부의 저축액은 지난해 말 현재 203만위안(약 3억2000만원). 1남1녀를 둔 이들은 욕조 딸린 화장실이 4개 있는 450㎡짜리 집에 산타나-폴크스바겐 승용차까지 갖추고 있다.

화시촌은 어떻게 해서 이처럼 부유해졌을까. 오늘의 화시촌이 있기까지는 40년 넘게 촌 서기를 맡아 마을을 이끌어온 우런바오(吳仁寶) 서기의 공이 절대적이라는 게 마을 주민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60년대에 마을 정미소를 세운 것이 공업화의 시작이었습니다.”

온화하면서도 열정적인 75세의 우 서기는 임기 초를 회상했다. 의욕에도 불구하고 문화대혁명의 광풍은 여전히 화시촌을 가난한 농촌으로 남겨 두었다. ‘화시촌의 기적’을 탄생시키게 되는 전기(轉機)는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 개방’이었다. 우 서기는 이때부터 마을 주민들을 설득해 공장 건설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80년대 초기에 촌에 분무기 공장과 직포공장을 만들었다. 이 공장들이 밑바탕이 돼 90년대에 강판공장, 강관공장을 건설했으며 최근에는 강선(鋼線)공장까지 세웠다. 이들 세 공장의 지난해 매출액은 20억위안. 여기에 알루미늄 압연공장과 특수강관공장까지 합치면 지난해 화시촌 전체 매출액 45억위안의 60%를 넘는다.

촌의 브랜드화를 시작한 것도 우 서기의 선견지명이다. 우 서기는 쓰촨(四川) 명주(銘酒)인 우량예(五糧液) 공장과 합작해 ‘화시춘주(酒)’를 만들고, ‘화시 간훙(干紅)’이라는 독자 브랜드의 포도주도 만들었다. 또 ‘화시춘’ 브랜드와 자신의 이름을 딴 ‘런바오(仁寶)’ 브랜드의 옷도 만들어 시장에 내놓았다. 자신의 이름도 상표가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나아가 99년에는 화시촌의 전체 기업과 촌을 묶어 하나의 상표로 만들어 선전(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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