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P급)과 관리직(D급)으로 나눠지는 유엔 직원의 직급체계에서 전문직 가운데 최고위급인 P5급이다. P1급에서 출발하는 전문직 가운데 많은 사람이 P5급까지 오르지 못한 채 정년퇴직을 한다면 최 과장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에서 처음 만난 최 과장은 직급이 주는 느낌과는 달리 자그마한 체구에 앳된 용모였다. 최 과장 자신도 “전화나 편지로 의사 소통을 하다 직접 만나면 놀라는 사람이 더러 있다”고 말했다.
▼글 싣는 순서 ▼ |
- ①유엔 정무국 이라크문제 담당 차기호씨 |
연약한 인상과는 달리 그가 하는 일은 ‘크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 190여개 유엔 회원국 정부의 교육 관련 부처를 카운터파트 삼아 학령 전 아동의 교육정책 등을 협의한다. 궁극적으로는 각 국 정부의 교육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최 과장은 10월말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캄보디아 정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한다. 그는 세미나에서 아동교육을 위해서는 부모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 캄보디아 정부의 교육정책에 부모교육 실시를 반영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유네스코에서는 이미 캄보디아 내 크메르루주 정착캠프에서 부모교육을 위한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캄보디아로 출발하기에 앞서 최 과장은 이번 주 범세계 교육운동인 ‘모든 이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 관련 일로 영국 출장을 간다. 11월 중순에는 골다 메이어 트레이닝 센터가 주관하는 교육 행사 참석 차 이스라엘을 방문할 예정.
통상 한 달에 1, 2번 꼴로 세계 각지를 다니는 최 과장에게 그야말로 ‘세계는 나의 무대’다. 그는 “내가 가진 작은 지식과 능력을 국제기구를 통해 세계인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 과장은 최근 국제기구 직원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을 갖고 접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겉모양에 끌려 유엔을 지망하면 들어와도 본인의 불행이자 조직에도 누가 된다”는 그는 “유엔 직원의 본분은 봉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최수향씨는…▼
▽학·경력〓서울 계성여고, 중앙대 심리학과(79학번) 캐나다 앨버타 대학
석·박사(교육심리학) 한국 교육개발원(93년 입사)
▽지원 경위〓“97년 한국교육개발원 근무시 유네스코 파견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파리에 오자마자 외환위기가 터져 무척 고생을 했다. 마침 전임 유아교육
과장이 정년퇴직하면서 그 역할을 대리했는데 유네스코측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정식 유엔 직원에 응모했다.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처우〓“보수는 ‘불평할 수 없을 정도’는 된다. P5급부터 각국 정부로부터
외교관 대우를 받아 각종 면세 혜택도 받는다. 유엔 직원은 신분 보장도 확실한
편이며 퇴직 이후 연금 혜택도 있다. 휴가는 유네스코의 경우 매달 2.5일.
두 달 분에다 토일 휴무를 합치면 두 달에 한번 일주일 휴가도 다녀올 수 있다.”
(www.unesco.org 참조)
▽유엔 지원자 조언〓“가급적 처음에 높은 직급으로 들어와야 한다. 나는
처음부터 P5급으로 들어왔다. 유엔 직급 체계상 한 급이 오를 때마다 심사를
받아야 하고 하위 직급의 경우 직접 의사 결정을 하기도 어렵다. 한국 정부도
고위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중견 지원자들을 밀어주는 시스템을 갖추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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