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우편연합(UPU) 인력담당관 이원자(李原子·46)씨는 꿈 얘기를 했다. 6년째 스위스 베른에서 일하고 있어서 월드컵 축구경기를 직접 보지 못했을 텐데도 그는 ‘꿈★은 이뤄진다’고 힘주어 말했다.
체신청에 근무하던 이씨는 85년 국제우표전시회 출장차 이스라엘로 가던 중 스위스 취리히에 잠시 들렀다. 국제기구가 많기로 유명한 취리히에서 문득 “나도 국제기구에서 일해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그 꿈을 이뤘다.
이씨는 UPU 내부의 인사정책을 수립하고 관리하는 P4급의 유엔 전문직 관리다. 사람을 뽑을 때 별도로 구성하는 UPU 인사위원회에도 때때로 참석한다.
영어와 프랑스어가 유창한 이씨는 정보통신부에 근무하던 94년 서울 UPU 총회 때 총회의장 보좌역으로 일하면서 UPU 본부와 인연을 맺었고, 96년 마침 인사책임자 자리가 비었다는 얘기를 듣고 지원했다. 처음엔 전문직 P3급이었다.
국제기구에 근무하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유학파이지만 이씨는 국내파라고 할 수 있다. 75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성북전화국에 들어갔다. 대학 진학의 꿈을 접어버릴 수 없어서 야간 대학에 진학했다. 영어에 다시 매달리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81년 9급 공무원시험에 합격했고 체신청 발령을 받았다.
공무원 생활이 몸에 배일 즈음 그는 자신이 너무 빨리 현실에 안주해 버린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자꾸 국제화, 다양화된다고들 하는데…. 프랑스어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고 새벽에 학원에 다녔다. 나이 서른을 넘겨서였다. 이렇게 시작된 프랑스어 공부는 뒤늦은 프랑스 유학으로 열매를 맺었다.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려면 이기적이어야 해요. 철저히 일 중심으로 자신을 관리하면서 목표를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배짱과 자신감이 필요하죠.”
인사 전문가인 그는 10년 가까이 걸릴 수도 있는 P4급으로의 승진을 2년 만에 해냈을 정도로 ‘악바리’다. 이씨는 유엔 직원을 뽑을 때 적응능력과 가족상황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현장근무가 많으므로 적응이 빨라야 하고, 순간순간 변하는 환경에 가족들도 잘 따라와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유엔 관리직(D급)은 모국어 구사 여부를 중시하기 때문에 해당 기구가 있는 나라의 현지인이 우선되므로 전문직(P급)에 도전해보라고 권한다. 다만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과 3∼4년 이상 해당 분야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9개월 과정의 유엔 인턴십(Young Professional Internship)을 이용하면 좀더 기회가 많다. 2개국어 이상의 구사 능력은 필수이고 프랑스어와 스페인어가 유리하다고 그는 귀띔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이원자씨는…▼
▶숙명여고(75년 졸업) ▶국제대학교 영문과(81년 졸업) ▶파리9대학 정보통신경영대 학원 석사(92년) ▶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과(86년) ▶정보통신업무과(92년) ▶부가통신과(94년)
▼이원자 인력담당관의 조언▼
△유엔 지원 동기 96년 UPU에서 정보통신부를 통해 한국인 직원을 추천해달라는 제의가 왔는데 마침 그쪽 인사담당자가 나를 보내달라고 해서 지원하게 됐고, 합격했다.
△근무 환경 1년에 휴가가 6주다. 쓰지 않으면 계속 쌓이기 때문에 몰아서 쉴 수도 있다. 남성에게도 4개월의 출산휴가를 준다.
△유엔 지원자에 대한 조언 유엔의 일은 일이라기보다는 ‘미션’에 가까운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거창하지만 세계 발전에 기여한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특히 여성들에게 권하고 싶다. 유엔은 30%의 채용목표제를 운용하고 있고 대우도 좋다. UN 채용정보는 jobs.un.org에 모두 담겨 있으며, 온라인 지원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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