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이후 잇단 전란으로 농업기반이 무너져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 국민의 60% 이상이 정부가 석유를 팔아 수입한 식량의 배급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지금도 5세 이하의 100만명의 어린이들이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12년째 유엔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이라크는 석유수출의 제한으로 야채와 육류의 수입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
여기에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이 시작돼 집중적인 폭격을 받을 경우 식량전달체계가 붕괴돼 집단적인 기아 위기가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고 유엔산하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의 쿠웨이트 현지 대변인 안토니아 파라델라는 11일 밝혔다.
그는 “WFP는 일단 이라크를 빠져나온 난민을 위해 이란 터키 시리아 요르단 중 3곳에 비상식량지원 센터를 세울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쿠웨이트 제분회사와 밀가루 15만t을 구입하는 계약을 하고 이를 수송할 운송수단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 같은 대비가 자칫 유엔이 이라크전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오해를 낳을 것을 우려해 “코피 아난 유엔총장은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평화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국제구호기관 머시 코어(Mercy Corps)의 카산드라 넬슨은 “머시 코어는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와 이라크 인접국인 이란 시리아에서 식량과 의약품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며 특히 위생적인 식수 공급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넬슨씨는 “아직도 아프가니스탄의 식량위기를 해결하지 못했는데 이라크 문제가 급해 넘어왔다”며 “이라크 군사공격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두 곳에서 이중적인 비극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단체는 계획을 실행할 충분한 자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 WFP의 경우 국제사회에 2300만달러의 지원을 호소했으나 500만달러를 모금하는 데 그치고 있다. 지금까지 WFP에 기부금을 낸 국가는 미국과 영국 등 공격에 찬성하는 국가들에 불과하다.
‘악어의 눈물’이라고 생각했을까. 영국의 구호단체 옥스팜의 경우 아예 전쟁을 추진하는 국가로부터는 기부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레퓨지 인터내셔널의 래리 톰슨 국장은 “우리도 전쟁에 찬성하지 않지만 동시에 전쟁이 끼칠 재난에 대해서도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쟁이 시작된 뒤 준비하면 그때는 늦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쟁이 아니더라도 이라크 국민이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평화적’ 고통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해 구호단체들은 말을 아꼈다. 파라델라씨는 “우리는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홍은택 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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