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이라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쿠웨이트와 요르단의 분위기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16일 이라크와 쿠웨이트간 비무장지대(DMZ)를 지키던 유엔감시단이 철수했다는 소식이 파다하게 퍼졌고, 요르단에도 미군이 증파됐다는 설이 나돌았다. 시시각각 개전(開戰)으로 치닫는 가운데 쿠웨이트와 요르단의 표정을 홍은택, 김동주, 권기태 특파원이 전해왔다.》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국경선 200㎞를 따라 설정된 비무장지대(DMZ)는 16일 오전(현지시간)까지도 비무장지대로 남아 있었다. 유엔의 이라크 쿠웨이트 감시위원단(UNIKOM)의 달지트 바가 대변인은 16일 “아직 비무장지대는 굳건히 지켜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은 1차 걸프전 종전 직후 91년 4월 국경선을 가운데 놓고 이라크쪽으로 10㎞, 쿠웨이트쪽으로 5㎞의 폭으로 DMZ를 설정했다. 국경선은 전기철책으로 돼 있으며 DMZ 경계선은 도랑과 모래주머니로 이뤄져 있다. 유엔은 DMZ 내 분쟁의 감시와 예방을 위해 31개국에서 파견한 군인과 민간인들로 UNIKOM을 구성했는데 한때는 인원이 3600명이 넘었으나 분쟁이 잦아들면서 현재는 1332명으로 줄어들었다. UNIKOM의 본부는 이라크쪽 DMZ에 있으며 단장은 폴란드인 프랜시스제크 가고르 중장. UNIKOM은 전쟁의 원한으로 사무친 양국의 분쟁을 12년간 억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해온 것으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그동안 주로 이라크쪽을 경계해온 UNIKOM은 이제 다른 쪽에서 임무 소멸의 위기를 맞고 있다. 14일 UNIKOM 소속 방글라데시 부대가 8대의 차량에 탑승하고 쿠웨이트 시티로 철수하자 쿠웨이트에서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파다하게 퍼졌다. UNIKOM의 철수는 이라크 문제에 대한 유엔의 평화적 해결 노력의 포기와 미국의 공격개시 신호탄으로 비칠 수 있다. 23만명의 미군이 유엔의 결의 없이 이라크를 공격한다면 논리적으로 UNIKOM은 미군의 DMZ 침범을 막아야 할 위치에 있다. 그러나 바가 대변인은 “외지고 고립된 지역에 있는 병력 400명을 재배치한 것일 뿐 철수가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오히려 “상황이 좋아지면 이라크쪽에도 그동안 철거한 막사를 재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DMZ에서 볼 때 양국의 상황은 어떤가. “이라크쪽은 전혀 병력 증강의 움직임이 없지만 쿠웨이트쪽에는 미군이 엄청난 규모로 군대를 증강시키고 있다.” ―지난주 미군이 모래주머니 벽을 파괴해 사실상 개전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미군이 파괴한 것은 국경선이 아니라 DMZ 경계선이다. 미군에 DMZ 경계선 침범이라고 통보해 물러갔다.” ―DMZ 침범이 자주 일어나는가. “이라크쪽에서는 전혀 없고 미군이 소소한 침범을 하고 있다.” ―DMZ 안의 생활은 어떤가. “DMZ는 철저히 사막이고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다. 모래폭풍에다 벌써부터 30도까지 올라가는 고온, 고립된 환경으로 생활조건은 가혹하다.” ―DMZ에서 철수할 계획은…. “아직 없다.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평화적으로 문제가 해결돼 분쟁 억지라는 본래의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쿠웨이트=홍은택특파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