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낮 12시반(한국시간 오후 6시반)경 쿠웨이트시의 중심가에서 날카로운 공습 사이렌이 길고 짧은 파장을 되풀이하면서 울려 퍼지자 생화학공격으로 오인한 시민들이 혼비백산, 건물 안으로 대피했다. 거리에는 통행이 끊겼다.
이날 새벽 5시반 미군이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개시한 지 5시간 만인 10시반경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향해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쿠웨이트의 평온은 끝이 났다. 쿠웨이트 국방부는 2시간이나 늦게 경보를 발령했다.
생화학탄은 아니었다. 하지만 쿠웨이트시 근교에서 패트리어트 미사일에 의해 요격된 미사일은 충분히 쿠웨이트시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공포를 안겨줬다. 이라크는 이날 모두 9발을 발사했고 이중 2발은 비행 도중 요격됐다. 대부분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북부 사막에 떨어졌고 인명피해는 없었다.
미사일이 발사될 때마다 공습 사이렌과 함께 건물 경보장치가 작동돼 요란한 2중주가 공포감을 가중시켰다. 일부 쿠웨이트인들은 미사일의 사거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30번 도로를 타고 사우디아라비아 국경 쪽으로 피란길에 올랐으며 쿠웨이트 군·경은 반대로 테러리스트의 잠입을 막기 위해 북상하는 차량을 철저히 검문해 양쪽에서 차량 정체가 빚어졌다.
대피소에서는 방독면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들로 나눠졌다. 매리어트호텔의 투숙객 대피소에 대피한 외신기자들은 거의 전원 방독면과 방독의를 착용했으나 외국인 근로자들인 호텔 직원의 대피소에서는 방독면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아흐마디 정유공장 인근에서 항만공사를 하고 있는 현대건설 현장에서는 당초 잔류인원으로 분류됐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공습 사이렌 소리에 겁을 먹고 “내가 왜 남아 있어야 하느냐”며 회사측에 항공권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호텔직원은 “왜 미군이 초반에 뜸을 들여 쿠웨이트를 위험에 빠뜨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현장에서 만난 한 쿠웨이트인은 “이라크가 처음에는 국제여론을 감안, 자제하겠지만 막판에는 생화학 공격도 불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쿠웨이트=홍은택특파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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