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雲]연합군, 이라크 진격 전황

미·영 연합군이 당초 계획을 24시간 앞당겨 지상군을 이라크에 진격시켰다. '후세인 제거'를 위한 개전이 전격 이뤄지면서 지상군 투입도 당겨진 것.

▽지상군 진격=지상군의 이라크 진격은 전폭기와 포병의 엄청난 화력지원 속에 진행됐다. 가장 먼저 이라크 남쪽 최남단 도시인 샤프완 인근 구릉에 세워진 군 관측소 등이 첫째로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다. 전폭기가 11기의 합동정밀직격탄(JDAM)을 투하했고 이어 미군 포대의 155미리 자주포가 살상 반경이 50m가 넘는 포탄을 100발 넘게 쏟아부었다.

미 제1해병대와 3보병사단, 영국 해병특공대가 한꺼번에 이라크-쿠웨이트 국경을 넘어선 것은 오후 8시경(현지시간·한국시간 21일 오전2시). 이라크군의 방어벽이 가장 취약할 것으로 보이는 서쪽 전선은 보병사단이, 유정과 원유 파이프라인이 깔린 동쪽 전선에는 기동성이 뛰어난 특공대와 해병대가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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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웨이트 요르단 르포

해병대 소속 최전방 정찰대는 기갑여단 소속 장갑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북동진한 끝에 오후 9시48분 모래폭풍 속에서 이라크 정규군과 처음으로 맞닦뜨렸다. 격전 끝에 이라크의 T-55 탱크를 파괴하고 6명의 이라크군을 사살했다.

▽바그다드 공습 재개=지상군이 이라크군과 접전을 벌이는 동안 바그다드에 대한 4차 공습이 단행됐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집무실인 대통령궁과 타리크 아지즈 부통령의 집무실인 기획청사 건물, 후세인 대통령의 장남인 우다이의 자택이 타격목표였다. 기획청사 건물은 금세 화염에 싸여 무너졌다. 바그다드 방공호에 긴급 피신한 각국 취재진은 "세 차례의 아침 공습과 달리 폭음과 진동이 엄청났다"고 타전했다.

▽유정터미널 장악=이라크군이 남부 유정을 파괴한 데 이어 이라크 남부 최대 도시인 바스라 일대 광범위한 유정에서도 폭음이 들린다는 정찰대의 다급한 첩보가 카타르의 통합사령부를 울렸다.

제임스 콘웨이 미해병대 사령관(중장)은 즉시 미 해군 침투전문 특수부대(SEAL)와 영국군 해병대 최정예 요원을 직접 알 파우 반도에 자리잡은 두 개의 원유수출 터미널(카봇, 마봇)에 공수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쿠웨이트 원유터미널을 뒤늦게 탈환하는 바람에 엄청난 양의 원유가 걸프해안에 흘러들어가 해양오염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 다행히 특수요원들은 두 터미널을 곧바로 장악, 파이프라인의 밸브를 막고 15명의 이라크인을 포로로 붙잡았다.

▽전선 확대=21일 오전 1시30분(한국시간 오전7시30분). 바그다드 북쪽 키르쿠크와 모술시에서도 대규모 공습이 가해졌다. 이라크 서부 사막지대에서도 이라크의 이스라엘 미사일 공격에 대비, 미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선은 이라크 전역으로 확대됐다.

이라크군은 퇴각하며 쿠웨이트 접경의 움 카스라 인근 유정들을 폭파한 것으로 미군은 추정하고 있다. 검붉은 불길과 함께 뿜어나온 검은 연기가 모래바람과 어울려 하늘을 시커멓게 가렸다.

오전 3시37분(한국시간 오전 9시37분) 이라크 남동부 알 파우지역에 공중투하된 영국군을 지원하기 위해 해병대원 16명을 태운 미 해병대 CH-47 시 나이트헬기가 이륙했다. 그러나 베트남전에서 명성을 날린 노후한 이 헬기는 시야를 가린 연기와 모래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곧 추락, 영국군 8명과 미군 4명이 전원 사망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이라크 자유' 작전에 참가한 미·영 연합군의 첫 인명피해는 이렇게 기록됐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