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은 22일 이라크 서부 공군기지 H-2, H-3를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20일 새벽에는 이라크 서부 라마단에서 헬리콥터가 발사한 미사일에 피격된 희생자가 나오기도 했다. 바그다드에서 요르단으로 빠져나온 운전사들은 서부 도로에 50여대의 자동차가 폭격을 맞아 널브러져 있다고 증언한다. 군사전문가들은 여러 정황으로 보아 지중해에서 발진한 전투기와 전폭기들이 이라크 서부를 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요르단 시리아 터키 중 어느 나라도 개전초 영공을 개방했다는 나라가 없다. 시리아는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이고, 터키도 의회의 반대로 개전초 영공을 개방하지 않았다.
요르단은 “미군에 협조한 적이 없다”고 강력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지정학적으로 보아도 요르단이 미군에 영공을 개방하고 기지까지 내줬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우선 지중해상의 미 항모 해리 트루먼호와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에서 발진한 전투기들의 최단항로는 요르단을 지나는 코스다. 우회로인 터키 영공조차 개전 2일째인 21일 밤 늦게서야 개방됐기 때문이다. 특히 미사일은 돌아서 가기가 힘들다.
게다가 고요한 밤에는 요르단의 수도 암만 상공으로 전투기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는 증언들도 나왔다.
이런 탓인지 요르단에서는 ‘미군, 철수하라’ ‘영미 전투기의 요르단 상공 통과 막아라’는 구호와 함께 연일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여론이 좋지 않자 알리 아부 알 라게브 요르단 총리는 23일 저녁 기자회견을 갖고 “미군에 영공이나 공격 기지를 내준 적 없다. 방어용 패트리어트 미사일 발사를 위한 미군 주둔이 전부”라고 거듭 부인했다.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빗발쳤지만 그는 회견을 끝맺고 급히 자리를 떴다.
요르단은 이날 암만 주재 이라크대사관 외교관 5명을 추방시켰다. 공교롭게도 암만 주재 미 대사관은 “요르단이 미국에 진 빚 1억7800만달러의 상환 계획을 늦출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라크는 외교관 추방조치를 격렬히 비난하고, “(요르단 영공을 지나야 하는) 이스라엘제 미사일이 이라크에 떨어졌다”고 비난하면서 연간 250만t 이상의 석유를 무료로 제공해왔던 요르단에 대해 서운함을 드러냈다.
미 CNN 방송은 23일에도 미군 특수부대가 이라크 서부로 파고들었다고 전했다.
암만=권기태특파원 kkt@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