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爭]"聖戰 동참" 바그다드行 자원자 늘어

  • 입력 2003년 3월 25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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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를 향해 파죽지세로 진격하려던 미국 지상군이 이라크의 집요한 항전에 부닥쳐 고전하고 있다. 이라크 내부와 매일 연락을 취하고 있는 요르단 암만의 정보통들은 “상황이 걸프전 때와 다르다. 미군의 지상전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걸프전과 차이를 보여주는 징후들은 이라크 안팎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곧 장기전을 예고하는 조짐이기도 하다.

▽텅 빈 난민촌〓개전 후 지금까지 이라크에서 요르단으로 빠져나온 이라크인은 찾아볼 수가 없다. 수단 차드 등 외국인뿐이다. 요르단 국경 근처에 세워진 2개 난민촌 중 이라크 국적자들을 위한 구역에는 단 1명의 이라크인도 없다. 황량한 황무지에 세워진 빈 캠프들 사이로는 찬바람만 지나간다. 걸프전 때라면 수만명이 북적거릴 시점이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관계자들은 “아직 바그다드에 식량 공급이 끊기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지금 바그다드를 빠져나오면 배신자로 비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미 사담 후세인 정권이 ‘전쟁 전에 나갈 사람은 다 나가라’는 정책을 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요르단 시리아 등지로 빠져나간 이라크인들은 300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남아있는 이들은 바그다드 사수(死守) 명령을 받은 집권 바트당원과 군경 공무원, 그리고 정치에 무관심한 기층민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이 잔류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경험상 미군이 선별 폭격을 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후세인 정권은 바그다드 장기 항전 때 일어날지도 모를 내부 기층민의 반란 가능성을 최소화시킨 셈이다.

▽늘어나는 바그다드행 자원자〓암만에는 바그다드로 들어가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피란민이 없는 것과 반대다. 걸프전 때는 없던 현상이다.

이라크인 건설 인부 다예브 카젬은 “불바다가 되고 있는 바그다드를 방송에서 매일 본다. 나고 자란 곳에서 싸우다 죽겠다”며 매일같이 버스편을 알아보고 있다. ‘성전(聖戰)’ 자원자다. 이런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남부 바스라 출신 푸주한인 사타르 무하메드는 “매일 바스라로 전화한다. 미군이 완전 장악했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한다.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나”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국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목숨을 건 운행’에 나서려는 운전사가 없는 데다 운임이 3000달러까지 폭등했기 때문이다. 차비를 부담할 형편이 되는 이라크 중산층은 ‘성전’에 관심이 없다.

‘이라크로 들어가려는 이들’이 생겨나는 이유 중 하나는 ‘독재 정권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미국의 개전 논리가 깊숙이 먹히지 않는 중동 현실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중동에는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원래 없다.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카타르 오만 모두 왕정이다. 시리아는 대통령직을 세습했다. 이집트마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아들이 집권당 서열 3위다”라고 강조한다.

후세인 대통령이 ‘학살자’라는 데는 공감하지만, 121개 종족이 사는 이라크를 통치하려면 ‘강성 정권’이 불가피하다는 이라크인들의 체념도 있다.

▽바그다드를 에워싼 ‘석유 참호’〓특파원이 1월 바그다드 남쪽 250㎞의 디와니야와 110㎞ 떨어진 바빌을 방문했을 때 도로 좌우의 벌판에는 기존의 관개용 수로(水路) 곁에 새로 판 수로들이 숱하게 보였다. 모두 도로와 직각 방향이었다. 물은 없었는데 가이드는 “수로”라고 설명했다. 그 ‘수로’를 파고 있는 이들 일부는 군복 차림이었다.

최근 암만으로 빠져나온 한 바그다드 시민은 “그건 군용 참호들이다. 수로와 똑같이 만들어 위성에도 안 잡힌다”고 말했다. 참호 속을 메워놓은 ‘석유 찌꺼기’를 불태워 미군의 북진을 최대한 저지하는 전술이라는 것.

걸프전 때와 달리 이라크는 이번 지상전에 대비, 복안을 많이 마련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부 민간 지대에서는 “미군들이 잠들지 못하도록 민가 곳곳에서 밤새 총을 쏘아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라크가 레바논-시리아 밀수 루트를 통해 견착식 로켓포와 야시경, 군용 소프트웨어가 깔린 컴퓨터를 최근 몇 년 사이 은밀히 대거 들여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유엔 무기사찰단이 불시 사찰하는 곳마다 생화학무기보다 이들 밀수 군장비와 외국 기술자들을 숨기느라 바빴다는 증언도 있다.

암만=권기태특파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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