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방송도 파행 운영됐으며 일부 지역에서 전기 가스 공급까지 차질을 빚었다. 시민들이 거의 다 승용차를 갖고 나오는 바람에 파리는 교통대란을 겪었다. 일부 직장인은 걸어서 출근하거나 양복을 입은 채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가는 모습도 보였다.
이번 총파업은 연금 문제 때문에 벌어졌다. 프랑스는 ‘연금 생활자의 천국’. 60세 정년퇴직 이후 최고 마지막 연봉의 80%를 매년 연금으로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정년퇴직 이후의 여유 있고 풍족한 삶이 프랑스 노동자들의 꿈이다.
그런데 인구가 노령화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연금을 받을 사람은 많아지고 연금 재정을 채워 줄 노동인구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2020년이면 연금 재정이 고갈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결국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 내각이 칼을 빼들었다. 60세인 정년퇴직 시기를 뒤로 늦춰 노동자의 연금 분담기간을 늘리고 연금 분담액도 늘리겠다고 공표했다. 이제나 저제나 정년퇴직을 기다려 왔던 프랑스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날 수밖에…. 여론조사 결과 프랑스 국민의 64%가 이번 총파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쨌거나 ‘사오정(45세 정년퇴직)’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조기 퇴출 우려가 퍼져 있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눈길을 끈 것은 총파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마농의 샘’에 출연했던 여배우 에마뉘엘 베아르의 나체사진을 표지에 실은 여성지 ‘엘르(EIIe)’가 50만부 이상 팔리는 기록을 세운 점. 남성들이 이 여성지를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12일 발간된 르몽드지 만평에는 라파랭 총리가연금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시위대에 “나는 관심 없다.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고 말하면서 문제의 ‘엘르’ 지를 들여다보는 그림이 실렸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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