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는 지난달 29일 당시 교신 내용과 생존자 증언을 바탕으로 50여명을 구하고 목숨을 바친 뉴욕·뉴저지 항만청 직원 2명의 활약상을 재구성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WTC 소유주로 건물 관리책임을 진 뉴욕·뉴저지 항만청의 건설관리자였던 프랭크 드 마티니(49)와 건설감독관이었던 파블로 오티스(49)는 사고 당시 WTC 쌍둥이 건물의 북쪽 타워(1동) 88층 사무실에서 막 일을 시작했다.
오전 8시46분 테러범들이 납치한 여객기가 이 건물 94∼99층에 충돌했고 88층에도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드 마티니씨는 같은 층에 있던 25∼40명을 비행기가 충돌한 반대편쪽 사무실로 대피시켰다.
현장에 있었던 동료직원 존 시콜렐로는 “직원들에게 탈출로를 찾고 플래시를 준비하라고 지시하던 그의 모습은 사람들을 진정시켰다”고 회상했다.
주 통로는 천장이 무너져 내렸고 북동쪽 통로는 불타고 있었지만 드 마티니씨와 오티스씨는 동료직원 두 명과 함께 탈출로를 찾아냈고 사람들은 비교적 덜 훼손된 통로로 무사히 대피했다.
마침 드 마티니씨의 사무실을 방문했던 부인은 그에게 함께 갈 것을 호소했으나 그는 “곧 따라 가겠다”고 달래며 부인만 내보냈다.
바로 위 89층에는 생명보험 업체인 메트라이프 직원 등 23명이 불안에 떨고 있었다. 이때 드 마티니씨와 오티스씨 일행이 ‘기적처럼’ 쇠지렛대로 계단통로 문을 비틀고 나타나 이들을 대피시켰다.
오티스씨는 또 다른 구조를 위해 90층으로 올라갔고 드 마티니씨는 엘리베이터에 갇힌 동료를 구하기 위해 78층으로 내려갔다. “급행 엘리베이터들이 붕괴할 위험이 있다”며 “철 구조물 상태를 알아보게 엔지니어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이 그의 마지막 목소리였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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