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월드 워치]“내겐 아직 할일이… ” 9·11 살신성인

  • 입력 2003년 8월 31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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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로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가 무너질 때 다른 사람을 구하다 산화한 공무원 2명의 희생정신이 2년 만에 세상에 드러났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달 29일 당시 교신 내용과 생존자 증언을 바탕으로 50여명을 구하고 목숨을 바친 뉴욕·뉴저지 항만청 직원 2명의 활약상을 재구성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WTC 소유주로 건물 관리책임을 진 뉴욕·뉴저지 항만청의 건설관리자였던 프랭크 드 마티니(49)와 건설감독관이었던 파블로 오티스(49)는 사고 당시 WTC 쌍둥이 건물의 북쪽 타워(1동) 88층 사무실에서 막 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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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46분 테러범들이 납치한 여객기가 이 건물 94∼99층에 충돌했고 88층에도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드 마티니씨는 같은 층에 있던 25∼40명을 비행기가 충돌한 반대편쪽 사무실로 대피시켰다.

현장에 있었던 동료직원 존 시콜렐로는 “직원들에게 탈출로를 찾고 플래시를 준비하라고 지시하던 그의 모습은 사람들을 진정시켰다”고 회상했다.

주 통로는 천장이 무너져 내렸고 북동쪽 통로는 불타고 있었지만 드 마티니씨와 오티스씨는 동료직원 두 명과 함께 탈출로를 찾아냈고 사람들은 비교적 덜 훼손된 통로로 무사히 대피했다.

마침 드 마티니씨의 사무실을 방문했던 부인은 그에게 함께 갈 것을 호소했으나 그는 “곧 따라 가겠다”고 달래며 부인만 내보냈다.

바로 위 89층에는 생명보험 업체인 메트라이프 직원 등 23명이 불안에 떨고 있었다. 이때 드 마티니씨와 오티스씨 일행이 ‘기적처럼’ 쇠지렛대로 계단통로 문을 비틀고 나타나 이들을 대피시켰다.

오티스씨는 또 다른 구조를 위해 90층으로 올라갔고 드 마티니씨는 엘리베이터에 갇힌 동료를 구하기 위해 78층으로 내려갔다. “급행 엘리베이터들이 붕괴할 위험이 있다”며 “철 구조물 상태를 알아보게 엔지니어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이 그의 마지막 목소리였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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