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주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것 중 하나인 지하철이 27일로 개통 만 100년을 맞았다.
1900년 공사가 시작돼 4년반 만에 완공된 뉴욕시청∼할렘간 지하철 14.5km가 1904년 10월 27일 개통되자 첫날 15만명이 탑승했다. 마차나 증기기관차로 수시간 걸리던 길을 15분 만에 주파한 지하철은 큰 인기였다.
현재 뉴욕시내 468개 역에서 하루 450만명을 실어 나르는 지하철 노선은 정규 26개와 셔틀 3개로 총연장은 1155km. 160억달러를 들여 2011년 완공을 목표로 맨해튼 세컨드 애비뉴를 따라가는 새 노선도 계획되고 있다.
뉴욕은 1900년에 인구 340만명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였지만 인구 대부분이 맨해튼 남쪽에서 살았다. 그러나 지하철이 뚫린 지 10년 만에 한적한 시골마을 할렘에 뉴욕시 흑인 인구의 75%가 밀집하게 됐다. 1910∼40년 맨해튼 남동부의 인구는 63% 줄었지만 지하철이 뻗어나간 코니아일랜드는 9배, 잭슨하이츠와 브롱크스 동부는 각각 5배로 인구가 늘었다.
뉴욕 지하철의 운명은 순탄하지 않았다. 1940년 세 번째로 확장됐을 무렵 뉴욕에선 자동차가 인기였고 도시고속도로가 들어섰다. 70년대 빈사상태에 이른 낙서투성이의 뉴욕지하철은 80년대엔 범죄의 소굴로 악명이 높았고 전동차의 30%가 고장으로 움직이지 못했다.
82년부터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는 대대적인 지하철 살리기에 나서 노선을 다시 깔고 역을 개축하고 새 전동차 수백대를 사들였다. 여기에 투입된 자금은 390억달러.
지하철 승객을 위한 시민단체 ‘스트랩행어스’의 변호사 진니 루시나노프는 “지하철의 낙서를 지우고 나니까 미국 경제가 되살아났다”고 지하철의 부활에 의미를 부여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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