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미국 CBS방송 보도로 불거진 이번 사건은 2일 ‘미군 정보당국이 포로 학대를 사주했을 가능성이 짙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여기에 영국군의 별도 가혹행위 의혹까지 제기돼 미국과 영국 정부가 모두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군 당국의 학대 명령 가능성=뉴욕 타임스는 1일 이라크군 교도소를 책임지고 있는 제니스 카핀스키 준장의 말을 인용해 “이라크 포로 학대가 미군 정보당국의 사주에 의해 이뤄졌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카핀스키 준장은 이라크 포로가 수용됐던 방은 자신의 지휘 아래 있던 것이 아니라 군 정보대의 직접 관리 하에 있던 방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국 시사잡지 뉴요커는 이라크 포로 학대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미군 정보대의 명령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영국군도 가혹 행위=영국 데일리미러는 1일 이라크 남부도시 바스라에서 절도 혐의로 체포된 이라크 청년에게 가혹행위를 하는 영국군 병사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영국군 병사가 얼굴에 두건을 쓴 채 손을 뒤로 묶인 이라크 청년의 몸 위로 오줌을 누는 모습, 소총 개머리판으로 머리와 무릎 사타구니 등을 내리찍는 모습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 보도에 대해 “사실이라면 완전히 전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BBC는 2일 이 사진이 조작된 것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에 나온 소총이 이라크 주둔 영국군에 지급된 소총이 아니고, 이라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촬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빗발치는 세계의 비난=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모든 피구금자는 국제 인권법 조항에 근거해 완전하게 보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제네바협약은 포로에게 신체적 압박을 가하거나 모욕적인 대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 이라크 특사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깊은 혐오감을 느끼는 데 공감한다”며 관련자 처벌을 약속했지만 이라크의 수니파 지도자들은 ‘전쟁 범죄’로 규정하는 등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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