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사과를 기피하고 있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으며 중앙정보국(CIA)은 요원들의 수감자 은닉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 입장 발표=부시 대통령은 이날 2개의 아랍어 TV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포로 학대사건을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하고 철저한 수사와 관련자 처벌을 약속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인들은 감옥에서 일어난 일은 내가 아는 미국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면서 "내가 아는 미국은 자유를 믿는 온정적인 나라이며 우리는 이런 종류의 학대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랍권과 유럽 반응=아랍권은 미국이 공정한 평화의 중재자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며 부시 대통령은 이같은 상황인식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일부는 미국이 부시의 약속처럼 학대자들을 처벌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라크는 피점령국이며 미국은 점령자라는 사실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독일 제1 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 안겔라 메르켈 당수는 시사주간지 디 차이트와의 대담에서 이라크 포로 학대로 민주적 가치의 신뢰성이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에르베 라드수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은 "사건이 사실이라면 치욕적이고 국제협약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야기된 엄청난 분노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영국 BBC 방송은 부시 대통령이 관련자 처벌을 약속했지만 사과하지 않은데 대해 아랍권이 불쾌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집트 최대 이슬람 정치운동단체인 무슬림 형제단의 최고 지도자인 모하마드 마흐디 아키프는 6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전범으로 국제 법정에 회부할 것을 촉구했다.
▽럼즈펠드 장관 책임론=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아침 ABC TV 인터뷰에서 "이라크 포로 학대 사진들을 보는 미국인은 누구나 학대받은 이라크인들에게 미안한 느낌을 가져야 한다"면서도 사과는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존 워너 상원 군사위원장은 럼즈펠드 장관을 비롯한 군대를 통제하는 민간인들이 군인들의 행위에 궁극적 책임을 갖고 있다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일부 야당 의원은 럼즈펠드 장관의 책임을 피하는 듯한 태도와 부시 대통령을 보좌하는 방식을 문제 삼아 사임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CIA 자체 조사=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5일 CIA가 이라크 구치소의 일부 재소자들이 명부에 신원과 사유 등이 기재되지 않은 채 수용된 것에 요원들이 가담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방문대표의 눈에 띄지 않도록 재소자 명부에 등록되지 않은 6"<8명을 구금시설 주변으로 빼돌렸으며 이는 육군교리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단체들은 수감자들을 명단에서 누락시키고 물리적으로 인도적 지원단체나 중립적 감시요원들의 눈을 속이는 관행은 과거 과테말라나 수단 등의 독제체제에서 익히 알려졌던 수법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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