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테러, 결혼문화도 바꾼다

  • 입력 2004년 6월 30일 15시 10분


불안정한 이라크의 정국이 가장 즐겁고 성스러운 결혼식 문화마저도 바꿔놓고 있다.

민간인들을 납치, 몸값을 요구하는 조직들이 활동하는가 하면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터지는 테러와 공습 등으로 치안 문제가 심각해 졌기 때문.

월스트리트저널(30일자)에 따르면 과거 밤늦게까지 계속되던 피로연 등 화려한 결혼식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요즘 이라크 결혼식은 이른 오후에 시작, 점심이나 차를 겸한 식을 올린 뒤 5시 이전 모두 끝나는 스피드 행사가 돼 버렸다.

이에 따라 결혼식이 몰리는 주말쯤이면 신부의 머리와 화장 등을 담당하는 미용실들은 오전 7시부터 문을 열고 손님을 받는다. 부케와 꽃 장식 등을 담당하는 플로리스트들은 아예 신랑 신부집으로 출장을 가 장식품을 만든다. 가게에서 작업을 할 경우 자칫 주변의 시선을 끌 수 있다는 조바심 때문이다.

마땅한 식장을 구하지 못해 고민인 예비부부들도 많다.

결혼식을 올릴만한 시설을 갖춘 호텔들은 외국 언론인들과 사업가들의 숙소로 사용되면서 보안 검색이 강화, 주변은 삼엄한 경비초소가 세워지고 무장한 군인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식도 혹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공습과 폭탄 테러 등으로 누군가에게 쫓기듯 진행된다.

18일 결혼식을 올린 사업가 올린 지아드(26)와 여대생 리나 알바르(18) 부부는 이렇게 말한다.

"과거 결혼을 한 친구들은 드레스와 화장, 식순 등에 대해 긴장하곤 했지만 우리는 폭탄이 식장 근처에 떨어지지 않기를, 모두가 안전하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마음이 마치 군사 작전을 준비하는 마음과 같았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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