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송유관 잇단 테러… 러 최대정유사 파산위기

  • 입력 2004년 7월 5일 19시 06분


4일 이라크에서 또다시 송유관을 노린 테러가 일어났다. 주권이양(6월 28일) 이후 처음 일어난 송유관 파괴활동이다.

러시아 경찰은 이날 러시아 최대 정유사인 유코스 본사를 급습했다. 경찰이 컴퓨터 서버를 압수해 유코스의 석유생산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일련의 돌발 상황은 가까스로 안정을 찾아 가는 국제 유가를 뒤흔들 우려를 낳고 있다.

▽‘경제 생명줄’ 위협=4일 이라크에서는 2건의 송유관 테러가 일어났다. 대상은 페르시아만 원유 수출기지 인근 송유관과 바그다드 남서쪽 80km의 무사이브 송유관. 주권이양 후에도 송유관 파괴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 사건이다.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이라크에서 송유관 등 석유시설를 대상으로 한 테러는 65건. 일부 단순 약탈범을 제외하면 후세인을 추종하는 수니파가 이라크 안정을 해치기 위해 석유시설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테러는 주로 정유시설과 수출기지로 향하는 송유관을 대상으로 한다. 북부 키르쿠크와 남부 바스라에서 테러가 빈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총연장 6437km의 송유관을 보호하려면 주요 지점에 인공 장벽과 감시 장비를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

영국 선데이 헤럴드는 “이번 테러로 이라크 원유수출은 절반으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원유 수출대금에 의존하는 학교, 병원 등 기반시설 건설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악재들=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전 회장이 야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한 괘씸죄 때문에 구속된 유코스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세계 석유시장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다.

유코스가 시베리아에서 뽑아내는 하루 산유량은 리비아의 생산량(160여만 배럴)을 능가한다. 유코스측은 “조정장치가 압수돼 석유생산을 조정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유코스의 석유생산 중단은 장기화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법원은 유코스에 밀린 세금 34억달러(약 4조원)를 7일까지 납부하라고 요구했다. 더구나 법원은 유코스 자산을 동결해 세금을 낼 재원을 마련할 수 없도록 했다. 고사작전에 나선 것이다.

유코스에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를 대출한 소시에테 제네랄을 비롯한 해외 채권은행들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검토 중이라고 경고했다.

디폴트 선언은 채권 회수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가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해석이다.

▽불안한 유가동향=6월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하루 200만 배럴 증산 합의로 안정세를 찾아가던 국제유가가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6월 1일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42달러 선을 돌파했다가 6월 말 35달러대까지 내려왔지만 이후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영국 던디대 폴 스티븐스 교수는 “이번 주 국제 원유가격이 고공행진을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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