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저항세력이 미군에게 한 말 같지만 아니다. 이라크 국내 저항세력이 해외 무장세력에게 선전포고 한 내용이다. 이는 이라크 '국내파' 저항세력과 '해외파' 무장세력 간 갈등이 처음으로 불거진 것으로 저항세력을 포함한 많은 이라크인들이 미군뿐 아니라 해외 테러리스트들에게도 심한 반감을 갖고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
▽알라께 맹세=자신들을 '구원운동(Salvation Movement)'이라고 소개한 이라크 저항세력은 7일 알 아라비야TV에 보낸 비디오테이프에서 "요르단 테러리스트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즉시 이라크를 떠나지 않으면 그를 죽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이 단체는 또 "자르카위가 죄 없는 이라크인을 살상하고 이라크 과도정부 인사들을 살해하고 외국인을 납치 처형한 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슬람교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자르카위는 물론 그의 추종자들과 그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거나 그의 범죄를 도와주는 사람들을 생포하거나 죽일 준비를 마쳤다"면서 "이라크 국민들에게 이들을 선물로 줄 것"이라고 알라께 맹세했다.
RPG-7(로켓추진총유탄) 소총 권총 등 무기를 들고 복면을 한 5명 가운데 한명이 분명한 이라크 말투로 "이것이 마지막 경고이며 자르카위가 범행을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연합군이 하지 못했던 일을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면정책 효과=자르카위에 대한 협박은 이라크 반미 저항세력이 해외 무장세력 활동의 피해자는 결국 미군 등 점령세력이 아닌 이라크 국민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자르카위는 이라크 주권이양 하루 전 경찰과 보안군을 공격해 100여명의 사망자를 내고 지난 7개월 동안 이라크 송유관을 100여차례 공격해 2억달러 이상의 피해를 입힌 배후인물.
따라서 해외 무장세력과 이라크 저항세력을 분리시키려는 과도정부의 사면정책과 맞물리면 의외로 큰 효과 볼 수도 있다.
이야드 알라위 총리는 그동안 "외국에서 잠입한 무장세력들은 처벌하겠지만 팔루자 저항세력 등 반미 활동에 단순 가담한 이라크인들을 사면시킬 것"이라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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