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집권 2기]<3>減稅로 투자 촉진… FTA로 수출 공세

  • 입력 2004년 11월 7일 18시 43분


코멘트
“나는 대선 유세 때 정치적 자산을 얻었다. 이제 국민에게 말했던 곳에 그것을 쓰려고 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4일 재선 기자회견에서 2기 사회경제 정책구상을 일부 밝혔다. 세제 개편, 사회보장연금 일부 민영화, 임기 중 재정적자 절반 감축 등이 골자다. 상하 양원을 장악해 추진력을 얻었지만 하나하나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헤리티지재단의 이코노미스트 팀 케인은 “부시 대통령은 재선 여세를 몰아 ‘보다 도덕적이고, 보다 보수적이며, 덜 타협적인’ 법제화를 밀어붙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제 개편은 투자 및 소비 진작을 위한 세금감면 정책이 4∼6년 내 폐지되면 효력이 사라지므로 감세정책을 영구화하겠다는 것. 이자소득세, 배당소득세를 폐지한다는 구상도 포함돼 있다. 네 차례의 세금 감면으로 경제회복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은 부시 대통령은 “내년 초 세제개혁위원회가 재무부에 건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일정을 밝혔다.

세금을 줄이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재정 악화. 경제정책연구센터 딘 베이커 소장은 “감세정책을 하려면 다른 예산을 줄이고 적자 증가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이는 정치가 아닌 수학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회보장연금 문제는 4년 후부터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연금을 받는데 줄 돈이 크게 모자란다는 점. 아직 묘안이 없다. 대선유세 때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이를 언급하지 못한 것도 대안이 없기 때문이었다. 부시 대통령의 구상은 사회보장세금의 일부를 민간연금보험 등 개인계좌에 넣어 자율적으로 운용하도록 한다는 것. 이 경우 국민 개개인이 투자손실 위험을 떠안게 된다고 월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70년 전 만들어진 이 제도를 개편하려면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된다. 야당인 민주당은 이미 연금제도 민영화에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공화당 내의 견해도 엇갈리고 있다.

과감한 시도를 할 태세인 부시 대통령에 대해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은 5일 칼럼에서 “2기정권에서 재정적자와 고용창출 실패를 포함해 각종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잘 안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재정적자는 9월 말로 끝난 2004회계연도에만 4130억달러였다. 2기 임기 중에는 이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게 부시 행정부의 목표. 그러나 세금 감면을 영구화하면 10년간 1조달러의 적자 요인이 새로 생긴다고 재무부는 보고 있다. 연금제도 개편에 따른 개인계좌 이전에도 1조∼2조달러가 들 전망이다.

적자 감축을 주장하는 단체의 로버트 빅스비 대표는 “각종 새로운 시책을 추진하고 전쟁도 치르면서 적자를 줄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밖에도 부시 대통령은 고용 창출, 성장 유지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일자리는 국민의 지지와 직결된다. 경기 후퇴로 사라진 일자리가 한때 160만개에 이르러 케리 후보의 맹공격을 받기도 했다. 최근엔 올해 4.4%의 경제성장 전망과 10월 중 33만7000명의 취업 증가 등으로 한숨을 돌렸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대외적으로는 자유무역 기조를 내세우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교역상대국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도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미한국상공회의소 석연호 회장은 “스크린쿼터 폐지 등 한국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이 예상되며 수출을 늘리기 위해 달러화 약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뉴욕=홍권희 특파원koni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