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죽어가는 닭 오리 산업 살려야

  • 입력 2004년 2월 12일 18시 32분


조류독감에 대한 과도한 불안심리가 확산돼 70여만명의 일자리가 달려 있는 닭 오리 관련 산업이 붕괴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닭 오리 고기 소비량이 조류독감 이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우리나라에서 유독 70% 이상 소비가 감소할 정도로 닭 오리 고기 공포증이 번지고 있다. 정부의 무대책과 비합리적인 식생활 문화 탓이다.

일본과 태국에서는 총리가 나서 대대적으로 시식행사를 하며 국민을 안심시키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어디에 정신이 팔려 있는지 모르겠다. 방송사의 과잉보도도 닭 오리 고기 불안심리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감염된 닭과 오리의 똥이나 분비물에 존재하고 섭씨 75도 이상에서는 죽기 때문에 닭 오리 고기를 익히거나 튀겨 먹으면 100%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국민을 안심시켰어야 했다. 일본에서는 동남아산 닭 수입이 금지되면서 오히려 닭고기 값이 올랐다. 주한미군도 닭고기 납품량을 늘렸다.

우리의 식생활 문화는 과학적 합리적이지 못하고 소문에 따라 춤을 춘다. 뭐가 건강에 좋다면 과학적 근거를 따져보지도 않고 금방 씨가 마른다. 그런가 하면 조류독감과 광우병이 해외에 발생하자 안전한 한우와 국산 닭 오리 고기까지 일제히 멀리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관련 산업의 기반이 무너지고 14만 양계농가와 1만여개 통닭 체인점, 그리고 수많은 닭 오리 고기 식당이 폐업으로 내몰릴 판이다. 업계에서는 닭 오리 고기를 먹고 조류독감에 걸리면 20억원을 지급하는 보험에까지 가입하며 생존을 위해 필사적이다. 질병에는 철저히 대비해야 하지만 근거 없는 공포증으로 닭 오리 산업을 죽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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