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테러 수사 급진전]“모범생 이웃이 테러리스트라니…”

  • 입력 2005년 7월 14일 03시 08분


7·7 런던 테러가 서로 아는 사이인 평범한 파키스탄계 영국인 4명이 저지른 자살 폭탄 테러인 것으로 13일 드러나 영국 사회가 또다시 충격에 빠졌다. 영국 경찰은 이들이 소지했던 폭탄을 만든 배후 세력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BBC 방송은 이날 “경찰이 제5의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러범 어머니의 실종 신고=이번 연쇄 폭탄 테러범들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그중 한 명인 하시브 후사인(19) 씨 어머니의 실종 신고 전화.

후사인 씨 어머니는 사건 당일 오후 10시경 “아들이 6일 밤 ‘런던에 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신고했다. 경찰은 후사인 씨의 인상착의를 상세히 물었고 기술진은 태비스톡 광장 이층버스 테러 현장에서 수습한 시신들 중 온몸이 처참히 찢겨 나간 후사인 씨를 발견했다.

이때부터 수사는 급진전했다. 경찰은 테러 직전 후사인 씨가 킹스크로스 역에서 모하메드 시디크 칸(30), 세자드 탄위르(22) 씨,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테러범 1명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폐쇄회로(CC) TV 화면으로 확인했다. 이들은 모두 폭탄이 담긴 가방을 앞쪽으로 메고 있었으며 곧 뿔뿔이 흩어져 자살 폭탄 테러를 저질렀다.

이들 4명은 모두 북부 웨스트요크셔 주 리즈 시의 파키스탄인 거주지역에 살고 있었으며 영국 국내정보부(MI5)의 테러혐의자 명단에는 없던 인물들이라고 더 타임스가 보도했다.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평범한 청년들이 테러를 저지르는 것이야말로 경찰에는 악몽과 같은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출생 또는 입국 증명서를 지닌 채 범행을 감행해 자신들의 신분을 적극 알리려 한 것 같다고 영국 경찰은 밝혔다.

▽이웃들 “믿어지지 않는다”=리즈 시 거주민들은 탄위르 씨를 ‘모범생’으로, 후사인 씨를 ‘불량배였다가 종교에 귀의한 사람’으로 전했다.

한 친구는 “9·11테러 직후에 탄위르 씨는 ‘무언가 잘못됐다’고 말했다”면서 그의 테러 가담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후사인 씨는 난폭한 성격의 불량배였으나 2년 전부터 갑자기 이슬람교에 푹 빠졌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했다. 서로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의 집안은 비교적 성공한 이민 가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 경찰청 측은 이날 “이번 테러범들이 파키스탄계란 이유로 이슬람 사회를 모욕하고 보복하는 행위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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