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경찰 폭탄테러 용의자 사살… 런던 연일 충격

  • 입력 2005년 7월 23일 03시 05분



《22일 영국 런던에서 테러 용의자로 추정되는 한 남자가 경찰에 사살된 것으로 확인되자 런던 시민들은 또다시 테러 공포에 빠져 들었다. 제2차 테러 기도가 있은 지 하루 만이다. 1차 7·7테러에 이어 2차 테러에도 알 카에다가 개입됐을 것이라는 정황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남아시아계 남자가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국의 무슬림 사회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영국의 무슬림 평의회 대변인은 “경찰에 전화를 걸어 왜 그 남자가 사살됐는지, 혐의는 무엇인지 설명을 요구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경찰의 ‘사살 우선 정책’에 우려를 표시했다고 22일 가디언이 보도했다.

22일 런던 곳곳에서 테러 위협은 계속됐다. 오전 10시 반경 런던 동부 화이트채블 가의 이슬람사원으로 “사원에 폭탄이 설치됐다”는 전화가 걸려와 사원 주변이 무장 경찰에 의해 봉쇄됐으며 빅토리아 역과 케닝턴 역에서도 테러 시도 의혹이 있다는 제보에 따라 역 주변이 한때 폐쇄됐다.

‘아부 하프스 알 마스리 여단’이라고 밝힌 알 카에다 조직은 22일 자신들이 런던 2차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웹사이트에 게재된 성명에서 “이교도 영국의 수도 심장부를 공격한 우리가 다른 유럽 정부에 보내는 유일한 메시지는 이교도 병사들이 이라크에서 철군하지 않는 한 우리가 가만히 지켜보지는 않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후임 미국 대사로 내정된 투르키 알 파이잘 영국 주재 사우디 대사도 이번 테러에 알 카에다가 관련됐다고 22일 주장했다.

영국 경찰은 4명의 테러 용의자를 계속 추적하고 있다. 이언 블레어 런던 경찰청장은 “이번 사건은 실패하긴 했지만 자살공격 시도”라며 일부에서 제기된 ‘7·7테러를 모방한 짓궂은 장난’ 가능성을 일축했다. 인디펜던트는 “4개의 폭탄 중 최소한 2개의 기폭장치가 터졌으나 폭약에 점화되지 않았고, 1개는 부분 폭발했으며 나머지 1개는 전혀 폭발하지 않았다”며 “4개 모두 폭약 자체가 크지 않았고 주요 충전물이 터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잇단 런던 테러 소식에 세계 각국도 테러 방지를 위한 비상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미국 뉴욕에서는 21일 저녁부터 지하철역과 기차역, 버스 정류장 등에서 승객들의 소지품에 대한 불시 검문검색에 들어갔으며 워싱턴도 비상경보 수준을 한 단계 낮추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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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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