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 유학생들 현지소식에 촉각
청두行 아시아나 운항 잠정적 연기
12일 중국 중서부 쓰촨(四川) 성에서 리히터 규모 7.8의 강진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지만 통신 두절로 현지 사정을 파악하지 못한 중국 교민들은 교민의 생사를 파악하느라 분주한 밤을 보냈다.
베이징(北京)에 살고 있는 박재영 중국 한인회 부회장은 이날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쓰촨 성 한국인 지회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걱정이 크다”며 “한인회에도 가족의 생사를 알아봐 달라는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민들이 많이 몰려 있는 베이징에서도 지진이 발생해 현지 교민들은 밤새 두려움에 떨었다.
박 부회장은 “이날 ‘꽝’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더니 천장에 붙어있는 전등과 벽에 걸려있는 장식물이 수십 초간 흔들렸다. 단순한 흔들림이 아니라 어지러움을 느낄 정도였다”고 당시 긴박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쓰촨 지역에는 한국 교민이 다른 지역보다 적어 그나마 다행이다”며 “그러나 교민들 사이에서 베이징도 안전지역이 아니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하이(上海)에서도 지진이 느껴졌다고 한다.
상하이 시내 20층짜리 대형 건물에 입주해 있는 국내 대기업의 한 주재원은 “아주 강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몸이 약간 떨릴 정도로 진동이 느껴졌다”면서 “다른 사람들이 동요하면서 자리를 뜨는 것을 보고 황급히 건물 밖으로 달려나갔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통신 두절로 현지에 있는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지 못한 국내 가족들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이날 외교통상부와 언론사에도 현지 상황을 묻는 시민들의 전화가 쏟아졌다.
쓰촨 성 근처에 동생이 가 있다는 한 시민은 “연락이 되지 않아 답답하다. 언제면 통화가 될 수 있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들도 본국의 지진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서울대 중국인 유학생회 대표인 왕용 씨는 “아직까지 정확한 현지 상황이 파악이 안 돼 계속 뉴스와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고 있다”며 “중국인 유학생 중에서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본 학생이 생기면 유학생회 차원에서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현지에 주재원을 많이 파견한 국내 대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쓰촨 성에 사업체가 거의 없다는 데 일단 안도하고는 있지만 베이징에서도 여진이 느껴진다는 소식을 듣고 현지 주재원들과 긴밀한 연락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두(成都)에 지사를 두고 주 6회 항공기를 운항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도 12일 오후 8시 출발 예정이었던 청두행 비행기를 일단 13일 오후 2시 반으로 미뤘다.
한편 외교부는 김일두 주중 청두총영사를 현지 비상대책반장으로 임명하고 자세한 교민 피해상황 파악에 나섰다. 외교부에 따르면 쓰촨 성 내 한국 교민은 약 1100명이며 아직까지 교민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진 발생 뒤 현지 통신 사정이 안 좋아져 외교부는 현지 상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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