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1초라도 아껴서 1명이라도 더 구하라”

12일 중국 쓰촨 성 두장옌 시를 찾은 원자바오 총리가 붕괴된 학교에서 발견한 신발과 책가방을 집어 들고 있다. 두장옌=AFP 연합뉴스

원자바오 총리 ‘현장 정치’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현장 챙기기’가 쓰촨(四川) 성 대지진을 맞아 다시 한 번 눈길을 끌고 있다.

원 총리는 12일 지진 발생 2시간여 만에 청두(成都)행 비행기에 올라 “당과 국무원의 지도 아래 대중과 군이 단결하면 대재난을 극복할 수 있다”고 국민을 위로했다.

잠바 차림으로 여진이 남아 있는 두장옌(都江堰) 시를 찾은 원 총리는 12일 밤 12시경 임시 천막에 설치된 ‘지진재난구조 총지휘부’에서 ‘천막 대책회의’를 열었다.

원 총리는 “1분 1초라도 아껴 단 한 명의 희생자라도 더 구조해야 한다”며 “더 많은 구조대와 의료진을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학교 건물이 무너져 5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피해 현장에서는 시민들에게 “150여 명의 구조 전문가가 곧 도착한다. 많은 군이 와서 구조할 것이다”라고 외쳤다.

원 총리는 이어 두장옌 시의 병원과 학교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시신들 앞에 머리 숙여 애도를 표하고 부상자와 희생자 유족들의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

원 총리는 13일에도 두장옌 시 피해 복구 현장을 지휘하고 다니며 “밤 12시까지 원촨 현에 이르는 길을 확보하라”고 강력히 지시했다. 한 초등학교에서는 잔해에서 막 구출되어 나오는 어린이를 보고는 눈물을 흘렸다.

원 총리는 2003년 3월 취임한 이후 재해가 나면 산간벽지를 불문하고 달려가 그들을 부둥켜안아 ‘평민 총리’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허름한 잠바를 10년 넘게 입고 밑창이 떨어진 운동화를 몇 년째 기워 신는 등의 소박한 풍모로도 알려져 있다.

한편 이번 지진 피해가 8월 베이징 올림픽 개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중국 정부가 정면 돌파에 나섰다.

中정부 “올림픽은 흔들림 없다”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강진 피해를 언급하며 “중국은 이를 극복할 능력과 용기가 있다”고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지젤 데이비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대변인도 12일 블룸버그통신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31개 올림픽 경기장에는 피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만 나우뉴스는 이날 “지진이 올림픽 개막 88일 전에 발생해 중국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어로 ‘바’로 발음되는 숫자 8은 돈을 번다는 뜻의 ‘파차이(發財)’의 ‘파’와 발음이 비슷해 행운의 숫자로 여겨진다. 개막식이 8월 8일 오후 8시 8분 8초로 정해진 것도 이 때문이지만 그 기운이 사라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호단체들 미얀마서 中으로

중국 지진을 비롯해 최근 세계 각국에서 대형 재해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국제 구호단체들도 구호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연초부터 중국과 오스트리아의 폭설에 이어 미국의 토네이도, 미얀마의 사이클론, 중국의 대지진이 이어져 숨 돌릴 틈도 없을 정도다.

13일 뉴욕타임스는 지진 피해가 난 쓰촨 성 청두에 국제적십자연맹이 557개의 텐트와 2500개의 담요 등 구호물품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적십자는 앞서 사이클론 참사로 신음하는 미얀마에도 식량과 의약품 등을 지원했다.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력이 넉넉하지 않은 적십자는 대형 재난이 발생할 경우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preparation)’부서까지 신설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