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더미 속 모성애 死神도 고개 숙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5월 20일 02시 57분



100일된 딸아이 숨쉴수 있도록 감싸고
흘러내리는 흙더미 몸으로 막은채 숨져
발견된 휴대전화엔 “널 사랑해” 메시지


“사랑하는 나의 보배야, 만약 네가 살아남으면 꼭 기억해 다오, 내가 널 사랑했다고.”
중국 쓰촨(四川) 성 베이촨(北川)의 무너진 가옥에서 생존자 구조 작업을 벌이던 구조대원들은 13일 포대기에 싸인 아기를 품에 안고 엎드려 있는 여성의 시신을 발견했다.
죽은 엄마의 품에 안겨 있던 젖먹이는 숨을 쉬고 있었다. 서둘러 아기를 안고 병원으로 가던 의료진은 포대기 안에서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이 한 줄의 문자 메시지가 떠 있었다. 의사들은 이 메시지를 보는 순간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다고 19일 신화통신은 전했다.
지진 피해 생존자들에 대한 구조작업이 진행되면서 생명이 끝나는 순간까지 자식을 지켜낸 모정(母情)들이 감동을 주고 있다.
같은 날 두장옌(都江堰) 시의 한 무너진 주택가. 구조 활동을 벌이던 10여 명의 구조대원은 한 여성의 시신 앞에 갑자기 얼어붙었다. 젊은 여성이 윗옷을 머리 위로 벗어 흙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덮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생후 100일가량 된 딸아이를 안고 숨져 있었던 것. 아이는 불그스레한 얼굴로 죽은 엄마의 젖꼭지를 물고 있었다. 구조 작업에 참여했던 산부인과 의사는 신화통신에 “젖먹이 엄마는 자기가 죽더라도 얼마 동안은 아이가 젖을 먹고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8일 쓰촨신원왕(四川新聞網)에 따르면 안(安) 현에 사는 위안파가오(袁發高) 씨는 지진으로 무너진 집을 향해 목청껏 아내 허만만(何滿滿) 씨와 두 살배기 어린 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놀랍게도 폐허 속에서 “빨리 와서 우리 아기 좀 구해줘요. 아파요”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조대원들이 폐허 더미를 들춰내기 시작했고 위안 씨는 계속 아내의 이름을 불러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내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구조작업을 벌인 지 1시간 반 정도 지나 모녀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내는 척추가 으스러져 죽었지만 품속의 아이는 가벼운 찰과상만 입은 채 살아 있었다. 구조대원들은 “척추와 모정이 기적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14일 베이촨 현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젊은 부부는 얼굴을 마주보고 서로의 어깨에 손을 올려 두 사람 사이에 ‘생명의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머리 위로 덮쳐오는 시멘트 더미를 막아내 세 살배기 딸의 목숨을 지켜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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