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6시 10분 중국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 시를 출발해 고속도로 220km, 산길 약 80km를 달려 오후 2시 6분경 성내에서 가장 크다는 칭촨(淸川) 현 언색호(堰塞湖) 주변에 다다랐다. 칭촨 현은 지진으로 산사태가 나 강물이 막혀 생긴 언색호 5개가 몰려 있는 지역이다. 진앙 원촨(汶川) 현에서 서북쪽으로 140km 떨어진 이 호수는 둑 높이가 70m이며 1000만t 가까운 물이 저수돼 있다. 기자가 호수 근처에 도착했을 때 리히터 규모 5.4의 여진이 땅을 흔들었다. 사방의 산에서 흙먼지 구름이 일면서 토사가 쓸려 내려왔다. 언색호 주변에 살던 2만4300여 명의 주민은 지진 발생 직후 이미 대피한 상태였으나 뒤늦게 가재도구를 챙겨 나오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현 관계자들은 언색호 약 1km 앞에서 “위험하다”며 모든 진입 차량을 돌려보내고 있었다.
호수에 접근하는 것을 포기하고 인근의 산에 올라 호수를 내려다보았다. 수위가 60m는 돼 보였다. 안내자인 칭촨중학교 원다린(文大林 ·40) 교사는 “언색호 주변에 260가구 700여 명의 주민이 사는 둥허커우(東河口) 마을이 있었는데 산사태로 토사가 덮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현지 주민 허셴후이(何先會·52) 씨는 “지진이 난 12일부터 토사가 계속 흘러내려 칭주(靑竹) 강을 막는 바람에 언색호가 생겨났다”고 전했다. 마젠(馬健) 칭촨 현 선전부장은 “현재 속도로 호수의 수위가 높아질 경우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는 둑이 붕괴될 것”이라며 “호수의 한쪽에 물길을 내서 물을 조금씩 하류로 방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칭주 강은 쓰촨 성 4대 강 중의 하나인 자링(嘉陵) 강의 지류이고, 자링 강은 양쯔(揚子) 강의 지류다. 칭촨 현은 산이 푸르고 물이 깨끗해 칭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칭주 강 역시 물이 맑기로 소문났으나 언색호 안에 있던 물이 넘쳐 흘러들면서 강물은 누런 흙탕물로 변했다. 호수 주변에는 1200∼3000m 높이에 경사가 50∼70도에 이르는 험준한 산들이 둘러서 있다. 산사태 때문에 붉은 황토가 드러나 산은 얼룩말처럼 보였다. 여진의 규모가 조금이라도 커지면 다시 큰 산사태가 발생할 것 같았다. 지진으로 2100여 명이 사망하고 건물의 90%가 주저앉은 칭촨 현 주민들은 재기의 의지를 다져보기도 전에 코앞에 닥친 수몰의 위협으로 망연자실했다. 현지 주민 루젠충(盧建忠·52) 씨는 “둥허커우에 부모와 형제 6명이 살고 있었는데 집이 모두 매몰됐다”며 “밀밭도 상당 부분 매몰돼서 앞으로 뭘 먹고 살아야 할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칭촨=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