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치료해주니 안심이 됩니다"

  • 입력 2008년 5월 21일 18시 33분


"한국인 의사들이 치료해주니 안심이 됩니다."

중국 강진 피해 지역인 쓰촨(四川) 성 안(安) 현 샤오바(曉, 방죽 패 土+貝) 진 챠핑( 茶坪) 향에서 21일 만난 농민 쑤광성(蘇光生·44) 씨.

지진 발생 당시 집이 무너져 머리가 찢어진 그는 "그동안 응급수술만 받고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흰 가운을 입은 한국 의료진에 거듭 고개를 숙였다.

민간 의료봉사단체인 그린닥터스 소속 의료진 28명은 이날 한국 의료진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의료진 12명과 함께 차핑 향 이재민 구호소에서 의료 활동에 들어갔다. 차핑 향은 진앙인 원촨(汶川) 현에서 동쪽으로 약 70㎞, 이번 지진으로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난 베이촨(北川) 현에서 남쪽으로 10㎞ 떨어진 곳이다.

이번 의료봉사 활동에는 정형외과 외과 마취과 전문의 8명과 응급 구조사 3명, 간호사 4명, 기타 지원 인력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2004년 동남아시아를 덮친 지진해일(쓰나미), 2005년 발생한 파키스탄 대지진 등 해외에서 대규모 자연 재해가 있을 때마다 의료 봉사활동을 벌인 베테랑들이다.

그린닥터스 의료진은 한국에서 가져온 항생제, 소염제, 수술약품 등 1억5000여만 원 어치의 의약품을 이용해 800여 개의 천막에 수용된 이재민 5000여 명의 상처를 돌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들은 장티푸스 등 전염병 예방과 치료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샤오바 진의 의료담당 간부 천리룽(陳利容) 씨는 "이 곳은 지진으로 부상을 입고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이렇게 좋은 구급약품과 수술도구를 가지고 도와줘서 대단히 고맙다"고 말했다.

의료진 단장을 맡은 박종호 부산 센텀병원 원장은 "중상자들은 대부분 큰 도시로 후송됐지만 응급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며 "이들의 진료와 건강회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중국 쪽의 요청에 따라 정형외과 전문의와 함께 22일 청두 시내의 대형 병원에서 중국 의료진과 함께 척추 환자 수술을 집도할 예정이다.

그린닥터스 의료진은 지난 18일 쓰촨 성 성도인 청두(成都)에 도착했으나 여진으로 청두에서 대기하다 이날 이 곳에 오게 됐다. 이들은 현지 주민들이 원할 경우 당초 23일까지로 예정됐던 봉사활동을 연장해 추가 진료를 할 예정이다.

그린닥터스는 2004년 부산 YMCA 산하 의료 봉사 단체로 결성됐으며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거주하는 교민 의사들이 참여하는 해외 지부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부터 스팡(仕¤) 시 잉화(鎣化) 진의 홍다화학비료 공장에서 구조 활동을 시작한 40여 명의 중앙 119구조대 대원들은 21일 현재 27구(남성 13, 여성 14)의 시신을 발굴해 가족들에게 인계했다고 밝혔다.

119구조대는 공장의 시신 발굴 작업이 대부분 완료된 20일부터는 인근 마을의 매몰자 수색을 병행하고 있다. 구조대 관계자는 "마을 주민들이 장위안파(50) 씨 부부가 밭에서 일하다 매몰됐다고 도움을 요청해 구조견을 풀어 찾아줬더니 '감사하다'며 큰 절을 하고 갔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번 주말경 구조대원들을 철수시킨 뒤, 20명의 의료진과 구조대원 5명 등 30명 규모의 지원팀을 같은 곳에 파견해 구조 활동을 의료 지원 활동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쓰촨(四川) 성 안(安) 현=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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