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의사들 오시니 안심됩니다”
쓰나미-파키스탄 대지진 의료봉사 베테랑들
800개 천막 돌며 5000여명 상처치료 구슬땀
《“한국인 의사들이 치료해주니 안심이 됩니다.” 중국 강진 피해 지역인 쓰촨(四川) 성 안(安) 현 샤오바(曉패) 진 챠핑(茶坪) 향에서 21일 만난 농민 쑤광성(蘇光生·44) 씨. 지진 발생 당시 집이 무너져 머리가 찢어진 그는 “그동안 응급수술만 받고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흰 가운을 입은 한국 의료진에 거듭 고개를 숙였다. 민간 의료봉사단체인 그린닥터스 소속 의료진 28명은 이날 한국 의료진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의료진 12명과 함께 차핑 향 이재민구호소에서 의료 활동에 들어갔다. 차핑 향은 진앙인 원촨(汶川) 현에서 동쪽으로 약 70km, 이번 지진으로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난 베이촨(北川) 현에서 남쪽으로 10km 떨어진 곳이다.》
이번 의료봉사 활동에는 정형외과 외과 마취과 전문의 8명과 응급구조사 3명, 간호사 4명, 기타 지원인력이 참가했다. 이들은 2004년 동남아시아를 덮친 지진해일(쓰나미), 2005년 발생한 파키스탄 대지진 등 해외에서 대규모 자연재해가 있을 때마다 의료 봉사활동을 벌인 베테랑들이다. 그린닥터스 의료진은 한국에서 가져온 항생제 소염제 수술약품 등 1억5000여만 원어치의 의약품을 이용해 800여 개의 천막에 수용된 이재민 5000여 명의 상처를 돌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들은 장티푸스 등 전염병 예방과 치료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샤오바 진의 의료담당 간부 천리룽(陳利容) 씨는 “이곳은 지진으로 부상하고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이렇게 좋은 구급약품과 수술도구를 가지고 도와줘서 대단히 고맙다”고 말했다.
의료진 단장을 맡은 박종호 부산센텀병원 원장은 “중상자들은 대부분 큰 도시로 이송됐지만 응급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여전히 많이 있다”며 “이들의 진료와 건강 회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중국 쪽의 요청에 따라 정형외과 전문의와 함께 22일 청두(成都) 시내의 대형 병원에서 중국 의료진과 같이 척추환자 수술을 집도할 예정이다.
그린닥터스 의료진은 18일 쓰촨 성 성도인 청두에 도착했으나 여진으로 청두에서 대기하다 이날 이곳에 오게 됐다. 이들은 현지 주민들이 원할 경우 당초 23일까지로 예정됐던 봉사활동을 연장해 추가 진료를 할 예정이다.
그린닥터스는 2004년 부산YMCA 산하 의료봉사단체로 결성됐으며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거주하는 교민 의사들이 참여하는 해외지부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앞서 17일부터 스팡(仕X) 시 잉화(鎣化) 진의 홍다화학비료 공장에서 구조 활동을 시작한 40여 명의 중앙119구조대 대원들은 21일 현재 27구(남성 13, 여성 14)의 시신을 발굴해 가족에게 인계했다고 밝혔다.
안(쓰촨)=하종대 특파원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