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참사 아픔 겪으며 달라지는 중국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5월 24일 03시 01분



쓰촨(四川) 성 대지진이 중국에 가져온 인명 및 재산 피해, 경제적 손실이 엄청나다. 불과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北京) 올림픽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았다. 초유의 대재난을 당한 중국인들로서는 마음의 상처도 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 재난이 중국에 가져온 ‘긍정적인 무형의 변화’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 ‘국민에 책임지는 정부’ 인식 높아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12일 지진 발생 수시간 만에 여진 위험이 남아 있는 쓰촨 성 두장옌(都江堰)으로 날아갔다. 이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및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줄줄이 현장으로 달려가 피해 주민을 위로하고 구조 및 복구작업을 독려했다. 중국 정부는 관련 부처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지진 피해 상황과 의문점을 설명하고 피해지역 취재도 전면 허용했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변화에 대해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 여론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롄허(聯合)조보는 “중국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경제적으로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국민에 책임지는 정부’에 대한 요구가 많아진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물욕주의(物慾主義) 가치관의 정화

롄허조보는 또 중국이 시장경제 물결에 휩쓸려 들어가면서 물욕주의가 팽배하고 가치관이 문란해진 상태였지만 이번 지진이 이를 바꿔 놓았다고 해석했다.

이 신문은 엄청난 대재난을 겪으면서 중국인이 물질적인 가치 이상의 헌신과 남에 대한 배려 등의 소중함을 알게 됐으며 이를 통해 정서가 순화, 정화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 시민사회 성숙과 ‘중국’ ‘중국인’ 의식 강화

재난 소식이 전해진 후 민간에서는 많은 개인과 단체가 자발적으로 ‘총동원’ 체제를 이뤘다. 성금과 헌혈자도 줄을 이었다. 베이징에서는 혈액 보관 문제 때문에 ‘헌혈예약증’을 발급할 정도다.

중국인들은 지금까지 (서로를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부족하다고 지적돼 왔다. 그러나 베이징칭녠(北京靑年)보는 이번 지진 국면에서 강한 책임감과 상호부조 정신이 발현되면서 그런 지적이 말끔히 씻겨졌다고 논평했다.

지진을 극복하려는 중국인들이 한목소리로 ‘우리는 한 가족이다’ ‘중국 힘내라!’ ‘중국인 힘내라’를 외치면서 지역과 계층, 민족과 빈부를 가리지 않는 ‘중국’ ‘중국인’이라는 의식도 높아졌다.

○ 국제사회의 인식 변화

지진 발생 직전까지만 해도 세계 여론은 티베트 시위 사태에 대한 중국의 대응을 질타하며 ‘올림픽 불참론’까지 제기할 정도로 중국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재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신속한 대응과 정보의 공개, 인민해방군과 민간의 헌신적인 구조활동 등이 중국을 다시 보게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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