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상중(喪中)입니다. 개인적으로 만날 땐 웃음을 띠지만, 몇 사람만 모이면 곧바로 표정이 무거워지고 지도자들이 (웃음 띤 얼굴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중국 방문 3일째인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베이징 주재 한국특파원단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빡빡한 일정으로 목이 잠긴 이 대통령은 “오늘 베이징대에서 강연하면서 아주 혼났다”면서도 1시간 동안 정상회담의 뒷얘기를 상세히 털어놓았다.
이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나오자 “그 질문은 국내 기자가 해야 하는데…”라며 답변을 비켜가기도 했다. 다음은 간담회 내용 요약.
▽“중국 역사상 가장 큰 상(喪)”=지도자들은 마치 초상을 당한 상주 같았다. 가슴 한쪽에 계속 무거운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중국이 역사상 이렇게 큰 상을 당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지도자들이 극진하게 예우했고, 매우 솔직하고 깊은 대화를 나눴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뜻밖에 중국이 제안하고 매우 적극적으로 나와 우리가 당황할 정도였다. 중국은 많은 연구와 검토를 거쳐 정상회담에 임한 것 같다. 중국과 함께 펼쳐 나갈 미래산업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문제 생기면 바로바로 해결”=정권이 바뀌고 중국이 새 정부에 보내는 사인을 보면서 잘 지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대지진 참사로) 방중 연기도 고려했는데 (중국 측이) 오라고 해서 왔다. 생각보다 내용이 알찼다. 중국 지도자들이 양국의 미래 구상을 설명하고 제안하는 걸 보며 상당한 신뢰가 생겼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당국끼리 해결하자고 해서 무척 반가웠다. 가장 큰 성과는 경제다. 중국에 우리 기업이 많이 있고 무역 역조문제를 (제기할까 봐) 걱정했는데 후년(2010년)이면 양국 간 무역액이 2000억 달러가 된다며 교역을 더 확대하자고 해서 안심했다. 대북관계는 공정한 처지에서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해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 바람직하지 않아”=동북아 균형을 봤을 때 한국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미와 한중 관계는 서로 상반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될 수 있으며 중국도 이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미관계는 외교의 근간이고, 실용을 생각하면 한중관계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이번에 한중일 3국이 서로 협력하자는 논의를 했다. 올해 9월에 한중일 정상이 일본에서 만난다. 외교부 장관들도 만난다. 한미일, 한중일 협력에 ‘한일’이 모두 들어가 있는데 이는 서로 충돌하는 게 아니라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미동맹 강화와 관련해 우려를 얘기하는데) 미국도 한중일 협력에 이의가 없고 중국도 한미일 공조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재난 지역 방문, 양국 우의 증진”=진정한 친구와 가까운 이웃은 고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진 현장도 가고 올림픽 개막식에도 참석하려 한다. (27일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우리가 이웃인데 좋은 것만 보고 갈 수는 없지 않느냐며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에게 (지진 현장 방문을) 제안했다. 후 주석은 “시간이 많이 걸릴 텐데 괜찮겠느냐”고 물은 뒤 그 자리에서 외교부장을 불러 준비를 지시했다. 원 총리는 “외국 국가원수가 가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 방문은) 양국이 진정한 우의를 쌓는 데 필요한 10년을 1, 2년으로 단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이 대통령은 또 “중국시장을 정확히 분석 검토할 연구기관이 필요하다”며 “내년 말부터는 실용외교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중 FTA는 계속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다만 검토할 사안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