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잡지 ‘9·11 음성파일’ 공개… 테러범 “우리가 비행기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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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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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관제센터 “당신 누구냐”

2001년 ‘9·11테러’ 당시 테러범과 승무원, 전투기 조종사 등이 주고받은 대화를 담은 음성파일과 녹취록이 7일 공개됐다. 공개된 음성파일에 따르면 당시 여승무원이 미 보스턴 관제센터에 “누군가 조종석으로 진입한 것 같다. 납치당한 것 같다”고 알리고 5분이 지난 후 테러 주모자 무함마드 아타는 직접 무전기를 잡고 관제센터에 “비행기를 접수해 공항으로 돌아간다. 탑승객도 비행기도 모두 다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긴급 출격한 미 공군이나 관제탑은 한동안 실제상황이라고 믿기 어려워한 것으로 보인다. 긴급 출동한 공군 조종사는 “훈련 도중에 이렇게 실제상황을 맞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워낙 방대하고 훼손이 심해 정리조차 힘들 것으로 보였던 이 자료들을 복원한 인물은 퇴역한 미 육군 대령 마일즈 카라 씨다. 카라 씨는 뉴저지 주에 있는 럿거스 로스쿨의 존 파머 학장과 협력해 2004년부터 이 작업에 매달려왔다. 이번에 공개한 음성파일과 녹취록은 럿거스 로스쿨에서 발행하는 학술잡지 ‘럿거스 로 리뷰’에 실렸다.

다음은 주요 교신 내용.

=오전 8시19분.

(보스턴에서 LA로 가는 아메리칸 항공 11편 승무원 베티 옹) "조종석에 연락이 안된다. 비즈니스석에서 누군가 칼에 찔렸다. 최루탄 같은게 터졌다.납치된 것 같다".

(아메리칸 항공 직원) "지금 어느 항공편에 있나?"

(베티 옹) "12편이다(승무원이 착각한 듯)"

(항공 직원) "지금 어느 자리에 있는건가?","듣고 있나?"

(베티 옹) "우린 지금 막 보스턴을 출발했다. 하늘에 떠 있다"."LA로 가려는 길인데 조종석에서 전화를 안받는다".

(항공 직원) "당신 승무원인가?"."이름이 뭔가?"

=오전 8시24분.

(보스턴공항 관제탑) "아메리칸 항공 11편 나와라".

(테러범 모하메드 아타) "우리가 비행기 몇대를 납치했다. 조용히 있으면 괜찮다. 우린 공항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관제탑) "지금 누가 응답하고 있나?"

(테러범) "모두 움직이지 마라, 움직이면 너희들도 다치고 비행기도 안전하지 못하다. 찍소리 말고 있어라".

=오전 8시37분.

(보스톤공항 관제탑) "문제가 생겼다. 납치된 비행기가 뉴욕으로 가고 있다. F-16 같은 전투기를 동원해 조치를 해야한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실제상황인가. 훈련인가?"

(관제탑) "훈련이나 테스트가 아니다".

=오전 8시42분.

(방위사령부 제임스 팍스 소령) "훈련이 이렇게 실제상황 같아 보이기는 처음이다".

=오전 8시46분. 아메리칸 11 항공편이 세계무역센터(WTC) 북측 타워에 충돌했다.

=오전 9시2분.

(미확인 목소리) "지금 밖에 보이나 4천피트 상공에서 뭔가.."

(뉴욕 관제사) "보인다. 매우 빠르게 하강하고 있다".

=오전 9시3분. 유나이티드-175편이 WTC 남측 타워에 충돌했다.

(미확인 목소리1) "지금 또다른 비행기가 건물에 충돌했다".

(미확인 목소리2) "와우". "지금 또다른 비행기가 충돌했다".

(미확인 목소리3) "지금 건물이 산산히 무너져 내렸다". "오 마이 갓"."온통 연기에 둘러쌓였다.그래 당신들 지금 무척 정신없겠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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