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1일 충북 괴산에서 열린 KBS 전국노래자랑 녹화 현장. 한복 차림의 안모 씨는 사회자 송해 씨가 나이를 묻자 “97세(1915년생)”라며 이렇게 말했다. 백발에 길고 흰 턱수염, 치아도 거의 없어 영락없는 90대 노인이었다. 안 씨는 앙코르곡까지 부르며 인기상을 탔고 그해 12월 말 결선에서도 인기상을 받았다.
그러나 안 씨는 지난해 당시 실제 나이가 59세에 불과한 위조 전과 9범이었다. 그는 유가증권 위조죄로 징역 2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2005년,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던 청주의 한 교회 목사에게 접근했다. 자신을 ‘90세 된 고아’라고 속인 뒤 이 목사의 도움을 받아 2006년 법원에서 ‘성(姓) 안 씨와 본(本) 순흥’을 새로 받았다. 2009년에는 새 주민등록증까지 만들었다. 신분이 탄로 나는 것을 막기 위해 양손 손가락 끝에 본드를 붙여 지문을 없앴다.
이후 안 씨는 올해 1월까지 2285만여 원의 기초노령연금과 장수 수당, 기초생계비를 지급받았다. 그의 거짓 노인 행각은 지난해 12월 들통 났다. 장당 2000원짜리 연금복권을 수령액 2만 원짜리 당첨 복권으로 위조했다. 위조복권으로 청주 시내 복권 판매점 6곳에서 12만 원을 타 갔다. 그러나 ‘90대 노인이 위조복권을 갖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 수사로 덜미가 잡혔다. 안 씨는 1990년대부터 백발이었고 당뇨 때문에 치아가 대부분 손상돼 노인처럼 보이기 쉬웠다고 털어놓았다. 경로당 노인들이 그에게 ‘아버님’으로 불렀을 정도였다. ‘노안(老顔)의 지존’이었던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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