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夫亨權기자」 「수려한 경관, 에어컨 완비, 봉고차량 항시 대기, 협회회원우대…」.
식당이나 호텔 광고가 아니다. 한국민속신문에 실린 「굿당(堂)」광고다.
「굿당」은 말 그대로 굿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빌려 주는 곳. 예식장과 같은 개념이다.
최근 신세대 무속인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들의 입맛에 맞는 현대식 굿당이 최근 북한산 삼각산 주변, 서울과 경기도 접경지역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도시화로 일반 가정집에서 굿을 하기가 어려워진 것도 굿당이 늘어나는 한 요인.
지난 1일 오후 경기 구리시 아천동에 있는 「용문 산신당」.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2층짜리 빨간벽돌 건물. 「산신당」이란 간판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고급레스토랑이나 별장으로 착각할 만 하다.
이 건물에는 굿을 할 때 필요한 그릇 악기 뿐만 아니라 에어컨까지 완벽히 갖춘 4,5평크기의 굿방이 9개나 들어차 있다. 각 방의 입구엔 호실번호가 적혀 있고 철제문은 영하의 날씨를 막기에 충분할 정도로 육중했다. 때마침 4호실과 7호실에선 굿이 한창이었다. 박수무당의 바라소리에 맞춰 신들린듯 춤을 추는 무당 뒤에서는 사람들이 두손을 모으고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95년 말에 이 굿당을 차린 무속인 양모씨(46)는 『최근들어 비무속인이 영리만을 목적으로 굿당을 설립, 서비스 공세를 펴기 때문에 요즘 굿당 간의 굿유치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소음공해라는 동네주민들의 원성과 산에서 굿을 할 때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서울 근교의 산을 중심으로 굿당이 본격적으로 들어선 것은 지난 80년대 중반.
이 때까지만 해도 서울 경기를 다 합쳐 40∼50개였던 것이 최근 1백50여개로 늘었다. 각 도별로도 30∼40개의 굿당이 있으며 90년대 이후에 지어진 것은 대부분 고급식당이나 예식장과 외관상 차이가 없을 정도로 화려한 현대식 건물들이다. 게다가 전에는 굿을 하는 쪽에서 전부 준비했던 점심식사를 서비스경쟁이 붙는 바람에 굿당에서 점심식사 제공은 물론 반찬 가짓수 늘리기 경쟁까지 붙었다.
79년부터 북한산의 오래된 암자를 개조한 구식 굿당을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 한 여주인(56)은 『개발제한구역에다 군사작전지역이라 증개축이 안되기 때문에 마음은 있어도 신식 굿당과는 경쟁이 안된다』며 『젊은 무당들이 「왜 여기는 건물도 서비스도 이 모양이냐」고 비아냥거릴 때 기분이 무척 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