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넘치는 양주]『비싼게 좋다』코냑 불티

  • 입력 1997년 3월 8일 08시 09분


[이병기기자] 비싼 거라면 앞뒤 가릴 것 없이 경쟁적으로 소비하는 한국인에게 코냑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최근 한국인들사이의 「코냑 붐」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을 정도다. 최근 프랑스 코냑업자들 사이에 한국시장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의 코냑 수입이 94년부터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서도 깜짝놀라지난해 프랑스로부터 수입된 코냑은 약 36만병, 가격으로 따지면 약 2백50억원. 지난 95년 수입코냑이 약 14만병으로 한 해 만에 1.5배이상 성장한 것이다. 지난 93년에 7만병정도가 팔렸음을 감안할 때 한국의 코냑시장이 3년만에 5배이상 성장한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해외에 나갔다 면세점에서 사가지고 들여오는 물량은 빠져 있다. 현재 한국시장은 마르텡 레미마틴 헤네시 카뮈 등 4개 브랜드가 분점한 상태. 브랜디(포도를 발효한 뒤 증류시킨 것이 브랜디며 프랑스남부 코냑지방에서 나는 브랜디만을 특별히 코냑이라 부른다)는 코냑시장의 2.5배정도로 한해 80만병정도가 수입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추정이다. 이같은 수입증가율은 전세계 1위로 프랑스에서도 놀라워할 정도. 같은 기간중 홍콩 대만 싱가포르는 15∼40%까지 코냑 수입이 줄고있는데 아시아의 4인방중 가장 경제사정이 좋지않은 한국의 코냑수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인들은 구세주인 셈. 최근 코냑수입이 이처럼 늘고 있는 것은 우선 경제성장을 들 수 있다. 코냑은 소비자 가격이 △VS급(약 5년숙성)3만∼5만원 △VSOP급(10년숙성)5만∼6만원 △나폴레옹급(15년 숙성)15만원 △XO급(25년 숙성)25만원으로 일반 위스키보다 가격이 30∼50%이상 비싸다. 그러나 이같은 가격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한국인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코냑은 위스키와 달리 유흥업소보다는 가정 또는 레스토랑에서 주로 소비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술 소비패턴의 변화가 코냑수입 증가의 한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인은 「한국의 과시소비병」이 코냑으로 옮겨 붙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음미하는 입가심 술우리 사회의 부유층이 마시던 고급양주를 해외여행자유화로 많은 사람들이 따라서 소비하기 시작하자 부유층들이 자신들과 중산층을 차별화하기 위해 위스키대신 코냑을 마시기 시작했다는 것. 70년대 시바스 리걸로 상징되던 부유층의 양주가 80년대말부터 조니워커 블루, 밸런타인 30년으로 옮겨갔다가 이마저 중산층이 따라 오니까 93년경부터는 코냑으로 이동했다는 해석이다. 한 코냑수입업자는 『코냑은 정식만찬후 천천히 한잔 마시고 그 향기를 음미하는 입가심용 술인데 코냑을 마치 양주처럼 한번에 한병씩 비워버리는 것이 우리의 술문화』라며 『코냑은 수입됐지만 코냑문화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인들은 프랑스 사람들을 만나면 『코냑 한병을 하룻밤사이에 다 마셔버렸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지만 이는 스스로 코냑을 즐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자백하는 꼴. 프랑스인들은 코냑 1병을 마시는데 한달이상이 걸린다. 포도주소비 “긍정적”아무튼 한국의 코냑과 브랜디 수입이 급증하면서 프랑스의 코냑업자들은 한국의 코냑시장이 아직 위스키에는 훨씬 못미치지만 시장성이 유망한 것으로 보고 호텔이나 각 연회장에서 시음대회를 여는 등 앞다퉈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 코냑 수입의 증가추세와 달리 포도주 수입증가는 우리 술문화의 긍정적인 변화와 맞물려 있다. 수입포도주의 판매는 지난 92년부터 늘기 시작해 95년에는 수입포도주가 4백90만병, 국산 포도주가 3백80만병이 팔려 처음으로 수입포도주의 판매가 국산 포도주를 앞질렀다. 금년에는 수입포도주가 6백만병을 넘어서고 국산포도주는 오히려 줄어 3백50만병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앞으로 이 간격은 더욱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포도주 소비는 신세대와 여성층이 선도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 신세대는 기성세대가 독주를 마시고 곤드레 만드레 취해야 「술마신 것처럼」 생각하는 술문화에서 탈피, 술 그 자체와 술을 마시는 분위기를 중요시 여기는데 이같은 요구를 포도주가 만족시켜주고 있다는 것. 더욱이 신세대는 고기가 많이 들어가는 서양식 식단에 익숙해져 있어 포도주를 곁들이는 게 자연스럽다는 것. 또 술을 마시는 여성들이 늘면서 이들이 독주보다는 부드러운 술을 선호하고 있다. 이같은 음주문화의 변화로 전국 곳곳에 수입양주 체인점 와인전문점이 들어서면서 포도주의 소비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