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넘치는 양주]양주 제대로 마시기

  • 입력 1997년 3월 8일 08시 51분


[조원표기자]우리나라에서 만든 양주는 서양에서 만든 양주 43도에 비하면 순한 편인 40도. 한국인이 서양인보다 순한 술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물과 얼음을 섞어 순하게 마시는 온더록스(on the rocks)방식보다는 스트레이트로 급하게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술문화 때문이라는 것이 주류전문가들의 분석. 이들에 따르면 주당(酒黨)의 80%이상이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한국인들은 양주 도수가 43도일 경우 『술이 부드럽지 못하다』고 불평하고 그 술을 멀리한다는 것. 이 때문에 수입양주와의 경쟁에서 이겨야하는 우리나라 주류업체들은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40도 위스키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그러면 왜 한국인들은 스트레이트로 양주를 마실까. 주류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한국의 접대문화에서 찾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스키를 마시는 경우는 대부분 술을 접대하는 자리. 그 자리에선 술잔을 돌리며 고급 위스키를 권해야 하고 상대방이 견딜 수 없을 때까지 대접하는 것이 「잘 모시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스트레이트를 선호하게 되었다는 것. 위스키 소비의 대부분이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서양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 위스키 판매량의 70%이상이 유흥업소에서 소비된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제주류품평회 심판관인 金哲煥(김철환·59·진로종합연구소 부소장)씨는 『러시아 지방에서 독한 보드카가 유행하는 것은 추운 날씨때문인 것처럼 한나라의 음주문화는 그 지역의 기후나 풍토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기후조건과 풍토 및 신체적 조건으론 40도의 위스키를 온더록스로 20도 정도로 순화시켜 마시는 것이 적당하다』고 말한다. 또 매일 적당량을 마시면 고혈압과 동맥경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레드와인과 코냑도 하루 1∼2잔 이상은 곤란하다는 것이 가정의학자들의 공통된 분석. 적당량을 마시면 혈압을 낮추고 혈액을 맑게 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한국인처럼 코냑을 원샷으로 몇잔씩 마신다든가 와인을 취할 정도로 마시게 되면 거꾸로 혈압이 높아지고 알코올의 칼로리로 인해 체내 지방화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는 것. 고려대 가정의학과 曺慶煥(조경환)교수는 『양주를 마시더라도 온더록스로 마시고 코냑은 천천히 음미하면서 조금씩 마시는 올바른 음주습관을 들여야 식도나 위장이 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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