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21/그 한마디…]

  • 입력 1999년 1월 20일 19시 41분


■주여,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 빛과 소금같은 사람이 되게 해주소서…

어깨를 맞대고 쪼르르 5남매가 누웠다.

잠들기전 어머님은 항상 자식들의 이마에 손을 얹고 기도를 했다.

“주여,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 빛과 소금같은 사람이 되게 해주소서.”

기도 내용은 날마다 조금씩 달랐다. 그러나 첫 문장은 항상 똑같았다. 어머님의 기도는 5남매가 방을 따로 쓸 때까지 계속됐다. 어린 탓에 무슨 뜻인지는 몰랐다. 다만 1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들었던 그 기도문은 내 가슴 속에 빛처럼 스며들었다.

95년 대학졸업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머님의 기도가 현실에서 얼마나 지키기 어려운 것인지 절감했다. 남에게 빛과 소금은 못될지언정 사회에 피해를 주지는 말아야겠다고 원칙을 세웠다.

영화사 홍보일을 하다보니 비즈니스를 위해 만나야하는 사람이 많다. 극장 및 배급사 관계자, 방송사, 미디어관계자, 공무원 등.

일을 ‘쉽게’ ‘빨리 빨리’ 처리하기 위해 때론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깨끗하지 못한 선택’이 항상 나를 유혹한다. 아직까지는 후회하는 선택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나를 바르게 이끈 것은 언제나 어머님의 기도문이었다. 이런 처신은 몇십배의 노력을 요구한다. 꼬투리가 잡히지 않도록 완벽하게 일을 해야하고 상대방에게 예의바르고 성실하게 대하려고 늘 신경쓴다. 이런 노력과 진심이 통했는지 내 방식을 인정해주는 사람이 조금씩 늘고 있다. 어쩌면 어머님은 그 기도문 자체가 빛과 소금이 되어 자식에게 스며들기를 바라셨는지 모른다.

채수진(백두대간 기획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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