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21/뿌리깊은 연고주의]외국인이 주는 苦言

  • 입력 1999년 5월 12일 22시 10분


한국에서 살다보면 한국인에게 지연 혈연 학연 등이 삶의 모든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물론 이런 인연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나라에서나 중요할 것이다.

한국에선 지역적 분파주의가 때때로 중요해 특히 정치분야에선 그 사람의 입장이 자신과 같은지 다른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저 다른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거부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필자의 견해로는 사람은 개인적 능력과 아이디어로 평가해야지 그가 누구이고 어디 출신인지로 판단해서는 곤란하다고 본다.

내가 미국인이기 때문에 나의 판단기준은 미국사회다. 미국도 경우는 다르지만 인연을 중시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개인의 가족이나 고향 학교 등이 순수한 의미에서 개인이 사람들을 만나고 사귀는 기회를 제공하는 장(場)으로서의 기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직장을 구할 때 미국사회가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개인을 그들의 실력으로 공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능력주의’ 원칙이다. 인종적 차별과 편견의 미국역사가 당연히 이런 원칙을 더욱 필요하게 만들었다.

물론 미국에서도 간혹 일종의 정실주의가 끼어들 수 있다.

예를 들면 같은 일자리를 놓고 비슷한 평가를 받는 두 명의 지원자가 경쟁할 때 채용담당자와 동향이나 동문인 사람이 유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 채용담당자가 자신과 유사한 배경을 가진 사람에게 더 편안함을 느끼거나 단순히 그 사람을 더 좋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사회가 능력주의를 표방한다지만 이런 식의 유사한 배경이 효력을 발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고용이 되면 고향 출신주 출신학교 등의 요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승진의 열쇠는 개인의 업무수행 성과다.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최고의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은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는다. 개인의 고향이나 출신지 역시 승진의 요소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사와 공통의 유대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아무리 미국사회라 해도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마크 루빈스타인<김&장법률사무소 미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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