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21/규제 만능주의 행정]규제개혁 전문가 시각

  • 입력 1999년 5월 26일 09시 00분


정부는 부정부패 근절이 가시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향후 5년간 규제개혁 작업이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전문가들은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규제개혁 작업을 재점검해야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이제는 양적인 접근에서 질적인 접근으로 전환할 시기임을 강조하고 있다.

▽규제 숫자 줄이기에 집착하지 마라〓한국의 규제건수는 양적으로는 미국과 일본보다 결코 많지 않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의 규제건수가 일본의 규제건수와 비슷한 1만1천건이었으나 최근의 규제철폐작업으로 이를 절반가량 줄였기 때문.

한국개발연구원 유승민(柳承閔)박사는 “규제의 숫자가 줄었다고 부정부패의 소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정부의 판단은 순진한 발상”이라며 “남아있는 규제의 투명성과 현실성을 높이는 작업이 규제숫자를 줄이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한미상공회의소 제프리 존스회장은 “외국 기업이 국내에서 활동하다보면 한 사안에 대해 여러 부처의 중복되는 규제를 경험하게 된다”며 “무조건적인 숫자 줄이기보다 이같은 규제를 찾아내 손질하는 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의 자동차 사업 진출처럼 한국에서는 무엇인가 대가를 치르지 않고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가 없었다”며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부정부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경제 관련 규제의 절반을 차지하는 진입규제의 과감한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규제 신설에도 영향 평가를〓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기 전에는 규제 도입에 따른 각종 순기능과 역기능을 평가, 비교분석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국계증권사인 자딘 플레밍증권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규제를 만들기 전에 그 부작용과 실제 효과를 비교분석하는 작업을 반드시 병행한다”고 말했다.

한국행정연구원 김태윤소장은 “지난해 6월부터 우리도 규제영향분석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나 전문성 미비 등으로 잘 실시되지 않고있다”며 “미국의 경우 안전규정을 만들 때 이 규정을 만들면 향후 몇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지, 이에 따른 시민의 불편은 어느 정도인지 등의 구체적인 데이터가 나온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울러 부정부패를 없앤다고 꼭 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누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비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각종 소방관련 규제를 철폐하면서 소방 당국이 설계도면을 한번도 보지 않고 건축허가를 내주는 어처구니 없는 일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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