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신도시(경기 고양시)호수마을에서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청 부근까지 출퇴근하는 회사원 김영미씨(26)는 매일 타고 다니는 915―1번 좌석버스를 이렇게 부른다. 요금이나 외형은 분명 좌석버스지만 앉아서 출근하는 날은 1년에 손꼽을 정도이기 때문.
일산에서 우회하지 않고 수색로를 거쳐 서울시청 앞까지 운행하는 유일한 직행노선버스인 탓에 신도시 중간을 지나기도 전에 자리가 꽉차 콩나물시루로 변하기 일쑤다.
하지만 빠르면 이달 중순부터 김씨의 불편은 한결 덜어질 전망이다.
건설교통부가 지난주 일산∼서울도심간 ‘광역직행버스’노선을 신설하라는 지침을 마련함에 따라 서울시와 고양시가 이달중순 운행개시를 목표로 구체적인 노선 협의를 벌이고 있다.
이 신설 노선에는 서울시와 경기도가 각 10대씩 총 20대를 공동 투입해 10분간격으로 배차할 예정. 노선은 ‘일산 대화역―주엽역―마두역―백석역―행신―연세대―광화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고양시는 서울역에서 회차하는 노선을 주장했지만 건교부와 서울시가 “서울역까지 오면 도심혼잡이 너무 악화된다”며 반대하고 있어 광화문 부근이 회차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평촌(경기 안양시)산본(군포시)등 다른 신도시의 버스 사정은 별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평촌 산본에서는 서울 도심까지 오는 좌석버스 노선이 아예 없다. 797번 버스가 평촌 옆을 지나 신세계백화점(명동)까지 다닐 뿐이다. 서초동 강남 고속버스터미널까지 가는 좌석버스 노선이 몇개 있지만 출퇴근시간대면 ‘입석버스’처럼 변한다.
택지개발된 미니신도시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고양시 중산마을7단지 코오롱아파트에 사는 주부 임옥란씨(33)는 “광화문까지 가는 버스노선이 1개 뿐이어서 집 부근에선 앉아 가는게 불가능하다”며 “요즘은 아침마다 남편을 버스종점까지 차로 태워 주는게 일과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도심혼잡 증가를 막기위해 도심진입 노선 신설을 가급적 억제한다는 방침이어서 버스노선 신설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쌓이고 쌓여 폭발직전에 달해야만 한걸음씩 진전되는 양상이다.
〈이기홍·이명건기자〉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