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자연 인간]환경의 복수/中 싼샤댐 자연파괴 심각

  • 입력 2000년 5월 14일 19시 29분


1일 오전 중국 후베이(湖北)성 이창(宜昌)시 외곽 싼샤(三峽)댐 건설현장. 짙은 안개에 싸인 200여만평의 공사현장에는 100여m 높이의 대형크레인과 토사와 건축자재를 가득 실은 대형 트럭들이 쉴 새없이 움직였다.

곳곳에서 용접 불꽃이 튀어오르는 가운데 ‘쌔애액’하는 기계음이 귓전을 때렸다. 3㎞가량 떨어진 건너편 산에는 ‘건설삼협 개발장강(建設三峽 開發長江)’이라는 대형 구호판이 어슴푸레하게 보였다.

댐건설현장으로부터 수㎞에 걸쳐 이어져 있는 근로자 숙소와 채석장의 규모만도 수십만평에 이른다. 담수량 기준으로 세계최대 규모인 싼샤댐 건설공사가 내륙경제 개발이라는 중국정부의 야심을 구현할 대역사(大役事)라는 설명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젖줄 양쯔강 "이미 하수구"…식수원 오염-전염병 우려▼

현장에서 만난 중국장강삼협공정개발총공사의 한 고위 간부는 “싼샤댐 건설로 10년마다 약 1500만명의 이재민과 2300만무(약 46억평)의 농지를 유실시키는 대홍수의 주기를 100년으로 늘릴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상하이에서 내륙의 충칭(重慶)까지 수로가 트이게 돼 광저우(廣州) 난징(南京)등 반경 1000㎞내 지역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이창에서 양쯔강 상류 싼샤를 거슬러 오르는 대형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강물은 짙은 적갈색을 띠고 있었다. 중국의 안내인은 “강에 황토가 많이 섞여들어 원래 붉은 빛을 띤다”고 설명했으나 오물이 썩는 듯한 퀴퀴한 냄새와 강위에 잔뜩 떠다니는 쓰레기들이 수질이 얼마나 오염돼 있나를 짐작케 했다.

현재 싼샤댐 공사현장 주변에만 3000개가 넘는 공장과 광산에서 연간 100억t이상의 산업폐기물을 쏟아내고 있다. 또 양쯔강을 젖줄로 하는 인구 약 3억5000만명이 배출하는 각종 쓰레기와 오수로 양쯔강은 이미 ‘중국 최대의 하수구’가 된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싼샤댐이 건설되면 강의 흐름이 더욱 느려져 폐기물 퇴적량이 10배가량 늘고 하수관이 진흙에 막혀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상류지역인 충칭 쪽으로 물이 역류하면서 수억명이 사용하는 식수원 오염과 수인성 전염병의 만연 등 잔인한 ‘자연의 복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물위에 뜬 거대한 성채처럼 보이는 싼샤댐 공사현장을 지나 상류로 2시간가량 더 올라가자 강 양쪽 산봉우리에 여러 동씩 줄지어 지어진 아파트들이 보였다. “왜 저런 곳에 아파트를 지었느냐”는 질문에 안내인은 “싼샤댐 공사로 물에 잠길 이주민들의 집”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몇년전 더 아래쪽에 아파트를 지었는데 댐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새로 지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안에서 만난 수몰지역 예정지인 우샨(巫山)의 위즈하오(45)는 “국가와 당에서 어련히 알아서 결정했겠느냐”면서도 “정든 고향마을을 떠나는 게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주민은 “처음에는 ‘강유역에서 조금 떨어진 인근 지역으로 이주토록 해준다’고 하더니 지난해부터는 티벳과 베트남 등 접경지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며 “아직 어디로 이주하게 될지도 모르고 보상비도 터무니없이 낮아질 것이라는 소문이 들려 걱정된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99년 6월말 현재 18만명의 수몰지역 주민이 시범적으로 이주한 상태. 그러나 86년 당시 73만명정도로 추산됐던 이주민이 120만여명까지 늘면서 보상비가 줄어들고 대부분 ‘장거리 이주’를 해야 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튿날인 2일 아침 샤오싼샤(小三峽) 입구. 기암괴석 절벽 등과 짙푸른 강물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한폭의 동양화에 유람객들은 “아”하는 긴 탄성을 자아냈다. 소형보트로 옮겨탄 유람객들은 고개를 사방으로 돌리며 싼샤의 절경을 카메라에 담기에 바빴다. 그러나 계곡 좌우에 펼쳐진 협곡 곳곳에는 댐 완공시의 만수위인 175m, 홍수위인 145m를 표시한 푯말이 세워져 이곳이 몇 년안에 ‘사라질 절경’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관광가이드는 “댐이 완공되면 삼국지의 무대인 적벽과 애국시인 굴원의 고향 등 1000여곳의 유적이 수몰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같은 환경파괴와 대규모 이주민 발생, 문화유적 수몰 등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는 황허(黃河)상류에 25개 중대형 수력발전소를 세우기로 하는 등 댐건설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화력발전이 총발전량의 81%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도 댐건설이 필요하다는 게 중국당국의 설명.

그러나 싼샤댐의 홍수조절 기능과 경제적 타당성까지 문제삼으며 댐건설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赤壁등 유적-절경 1000곳 수몰…건설비 78조원 2009년 완공▼

중국 칭화대학의 황완리교수는 “싼샤댐의 담수량이 양쯔강 전체 유량의 4%정도에 불과해 홍수조절기능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며 “댐 상류 하상에 매년 1억t가량의 토사가 쌓여 몇 년 안에 대홍수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93년 골드만환경상 수상자인 반체제환경운동가 따이 칭(59)은 “86년 360억위안(4조7000억원)에 불과하던 추정건설비는 완공시점이 되면 6000억위안(78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 여기에 문화유산 보존과 오염된 물의 정화 비용 등을 포함하면 천문학적인 액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이칭은 이어 “숱한 전문가들이 양쯔강 지류와 상류에 소규모 댐을 건설해 싼샤댐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 환경파괴와 이주민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들을 내놓았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했다”며 “경제여건과 환경파괴 등을 아랑곳않는 무모한 댐건설정책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댐건설후 춘천은▼

댐이 건설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이는 춘천 소양 화천댐 등 3개 댐이 들어선 강원도 춘천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호반의 도시’라는 낭만적인 별명과 개발이라는 명목 뒤에는 댐으로 인한 각종 문제점이 숨어 있는 것. 댐 주변 지역은 기상 변화 등 급격한 환경 변화를 일으킨다. 우리나라 내륙지방의 안개일수는 연평균 28일이지만 춘천은 78.6일에 이른다.

안개 농도도 다른 지방보다 훨씬 높다. 실제로 지난해 강원대 김만구교수팀의 연구 결과 춘천지역 산성안개의 농도는 산성비에 비해 10∼100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산성 안개에 노출된 금속재료의 피로강도는 일반적인 환경보다 80%가량 현저히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돼 골조 부식 등 건물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됐다.

댐 건설로 인한 습도의 상승은 공기의 순환을 방해해 대기오염을 증가시키고 하천의 유속을 떨어뜨려 하천의 자정 능력을 감소시킨다. 실제로 지난해 소양댐에서는 수질 오염으로 50여일간 흙탕물이 방류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폐해가 생태계에만 그치지 않고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 댐 건설로 인한 급격한 기상과 환경의 변화는 호흡기 골관절 신경계통 질병과 전염병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이밖에 △용수 보전을 위한 각종 규제와 제한 △기상 악화로 인한 교통 사고의 증가 △수많은 문화재와 유적의 수몰 △지역공동체 파괴 등 댐 건설로 인한 유무형의 손실이 적지 않다.

▼세계최대 싼샤댐 '물속의 만리장성'▼

양쯔강의 세 협곡인 구당협 무협 서능협을 잇는 싼샤댐 건설은 쑨원(孫文)이래 중국역대 지도자들의 80여년에 걸친 숙원사업.

덩샤오핑(登小平)의 독려로 94년말 시작돼 97년 11월 1차 물막이 공사가 끝났고 현재는 댐의 배수갑문과 발전소를 건설하는 2단계 공사중이다. 2009년 완공될 예정인 이 공사에 지금까지 투입된 비용만도 120억달러(13조여원).

댐 높이 175m, 길이 2335m, 총저수량 292억t으로 엄청난 규모여서 ‘물속의 만리장성’으로 불린다. 동양 최대의 댐으로 알려진 소양강댐의 최대 저수량이 29억t이니 싼샤댐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중국정부가 싼샤댐을 건설하는 주된 이유는 전력생산과 주운능력 향상 등을 통해 개발이 더딘 내륙지역을 아시아지역 ‘제조업의 심장부’로 변모시키겠다는 것.

싼샤댐의 예상 발전량은 남한 전체 발전용량과 맞먹는 1일 1820만㎾로 중국내 총발전량의 11%를 차지하게 된다. 중국 당국은 이를 통해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른 만성적 전력부족 현상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댐이 완공될 경우 운항 가능한 선박의 규모도 현재의 3000t급에서 1만t급으로 커져 내륙 중심부인 쓰촨(四川)성 충칭(重慶)까지 연안지역과 연결하게 된다. 유속이 10분의 1로 줄어 선박들의 에너지소비가 30%가량 주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싼샤댐건설은 △환경 파괴 △댐파괴시의 주변인구 위험론 △막대한 공사비용 △문화유적 수몰 등을 이유로 국내외의 거센 비판에 부닥치고 있다.

<이창=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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