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타고 이타콰티아라까지 300여㎞를 달리는 동안 도로 주변에 더 이상 온전하게 남아있는 열대림은 볼 수 없었다.
도로 주변에는 수천평에 달하는 숲이 누군가에 의해 한꺼번에 불이 질러진 뒤 검게 그을린 나무둥치들만 남긴 채 흉한 모습으로 내버려져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소가 먹어치운 열대림’.
지난 30여년간 브라질정부의 개발정책에 따라 삼림이 무분별하게 개발되면서 세계 최대의 열대우림 지역인 아마존이 신음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목축업자와 벌목업자들은 도로주변의 열대림을 벌목하거나 불에 태워 제거한뒤 이처럼 황량한 목초지로 만들었다.
지난 한해동안 파괴된 아마존유역의 자연 열대림의 면적은 1만6900㎢. 남한전체 임야면적의 4분의1에 해당하는 넓이이며 이 지역의 70%는 목초지로 바뀌었다.
▼도로 만들며 비극 시작▼
아마존환경보호연구소(IPAAM/www.ipaam.br)의 마르셀 세라피코 연구원은 “모든 비극은 아마존에 도로가 만들어지면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브라질정부는 60년대말부터 ‘땅없는 사람’과 ‘사람없는 땅’을 결합시킨다는 구호와 함께 이 지역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인구와 경제활동을 확산시킨다는 명목으로 도로건설과 함께 동부지역의 땅없는 주민들을 대거 이주시킨 것.
이를 위해 수십개의 도로가 곳곳에 뚫리고 목초지가 개발되면서 아마존의 인구는 최근 30년간 10배 증가했다.
열대림이 이처럼 대규모로 파괴되고 그 자리에 소를 위한 방목지가 만들어졌지만 마나우스시에서 소비되는 육류의 절반 이상은 수입되고 있다.
마나우스에서 90여㎞떨어진 곳에서 목장을 하고 있는 빈센테 산토스(45)는 “주변의 많은 땅이 목축을 하기위해서라기 보다는 나무와 땅를 팔기위한 목적으로 방화가 이루어진뒤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마존 지역의 벌목의 80%가 벌목업자나 농장주들에 의해 불법적으로 저질러지면서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당국은 아직까지 삼림파괴에 관한 정확한 통계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곳곳서 방화…목초지 조성▼
아마조나스지방환경청(www.ibama.gov.br) 해밀튼 카사라소장은 “그나마 아마조나스주는 도로여건 등이 좋지않아 벌목된 열대림은 다른 주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 이주 정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마나우스 근처에만 수백개의 마을이 주민정착프로그램(IPORA)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었다. 안내원은 “아직도 매년 수만명의 이주민들이 일인당 5∼10㎢의 땅을 불하받은뒤 도로와 강을 따라 밀림 곳곳으로 파고 들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는 환경 문제뿐 아니라 복잡한 도시문제도 일으켰다. 북동부에서 몰려든 빈민들은 땅을 버리고 마나우스나 벨렘같은 도시로 모여들어 슬럼을 형성하면서 범죄율까지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대규모 열대림 파괴의 배후에는 거대한 다국적벌목회사들의 합법적인 벌목사업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고속도로의 종착지점에 다다를 무렵 모습을 나타낸 이타콰티아라벌목주식회사. 스위스의 다국적기업 프레셔스우즈그룹 소속인 이 회사는 94년 브라질정부로부터 정식인가를 받고 이 지역의 밀림 8만ha를 구입,합법적인 벌목사업을 시작했다.
다국적벌목회사들에 대한 국내외 환경단체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때문인지 이 회사 웨스트브록(34)소장은 한사코 ‘벌목’이란 용어 대신 ‘매니지먼트(관리)’라는 말을 사용하며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과학적인 벌목’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같은 표현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가 소유한 열대림에서 한해에 잘려져나가는 나무는 2만여그루. 목재운반차량이 밀림 곳곳으로 뚫린 도로를 이용해 숲을 헤집고 다니면서 나무를 가득싣고 실어나르는 모습은 흡사 나무를 만들어내는 거대한 ‘공장’을 연상케했다.
▼합법적 벌목도 파괴 가세▼
회사 관계자는 “부근에 대만계와 일본계 등 5개의 벌목회사가 더 있으며 잘려진 나무들은 자체공장에서 제재와 가공을 거친 뒤 독일과 스위스 등 유럽의 가구공장으로 팔려나간다”고 말했다.
이곳 아마조나스주와 파라주 등 아마존 일대지역에서 60년대 이후 파괴된 열대림은 400만㎢로 추정되는 아마존 열대림의 약14%에 이른다. 서유럽 전체 면적에 맞먹는 지역에서 프랑스 넓이만한 삼림이 파괴된 셈이다.
열대림 파괴는 기온과 강우량의 불규칙을 초래하면서 기후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북동부지방의 오랜 가뭄을 아마존의 열대림에서 빈발하는 화재와 삼림감소로 인한 온난화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브라질정부도 대통령 직속기구로 아마존 환경보호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뒤늦게 환경보호작업에 나섰다. 시밤(SIVAM)으로 불리는 아마존 환경감시계획에는 8대의 인공위성과 20대의 레이더 등이 동원돼 환경파괴를 감시하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 국내외의 환경론자들은 “이러한 환경정책조차도 개발이익을 염두에 둔 파괴적 시각에서 추진되고 있다”며 “아마존의 보존을 위해서는 지구적인 차원의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브라질 아마존硏 페른사이드박사 "삼림보존 대책 시급"▼
브라질 국립아마존연구소(INPA)의 필립 페른사이드박사는 20여년간 아마존지역에 살면서 열대우림의 생태계 및 삼림파괴 실태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미국출신의 세계적인 아마존연구 전문가.그를 만나 아마존의 파괴현황과 보존대책 등을 들었다.
―열대림의 파괴는 누구에 의해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나.
“합법적인 벌목만 발표하는 브라질 정부의 통계는 믿을 수 없다. 아마존의 삼림파괴는 80%이상이 불법적으로 이루어진다. 벌목의 목적은 땅을 팔기위한 것과 나무를 팔기 위한 것 두가지다. 정부 말대로 영세농민에 의해 불법개간과 벌목이 이루어지는 것보다는 목장을 만들거나 땅을 팔기위한 목적으로 대지주에 의해 파괴되는 삼림이 70%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 연구 결과 입증됐다.”
―아마존의 열대림을 보존할 방법은.
“인구증가를 억제하고 국가정책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브라질정부는 △아마존에서의 고속도로 건설을 중단하고 △가축목장에 대한 장려금을 폐지해야하며 △실질적인 보호구역제정 등 삼림보존을 위한 방지책을 만들어야 한다.”
―불법 벌채에 대한 대책은.
“불법 벌목업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브라질 정부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국내 및 전세계 차원에서 환경단체들의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지구촌 삼림파괴 영향/기상재해 심화▼
인간에 의한 삼림 파괴의 절반 이상이 1950년대 이후에 진행됐으며 그것도 지구 삼림의 절반이 몰려있는 열대우림 지역에 집중돼 있다.
세계자원연구소(WRI)는 올해 초 “2년전 세계의 숲 가운데 5분의 1만이 온전하게 남아있으며 그중 40%는 앞으로 20년 안에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으나 최근 위성탐사 결과 파괴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론자들은 전지구적 기상 재해을 유발하고 있는 엘니뇨 라니냐 현상과 사막화,생명체의 무더기 멸종 등의 원인이 모두 태양열을 흡수,완충해주는 열대림의 파괴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무분별한 벌목과 개발로 열대림이 점점 더 메말라 화재에 취약해지면서 열대림이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가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열대림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화재가 전세계의 열대 지역에서 빈발하고 있다. 97년 인도네시아의 산불은 200만ha의 삼림을 파괴시켰으며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갔다.이 기간동안 영국의 1년 배출량에 맞먹을 정도의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됐다.
아마존에서도 98년 산불이 일어나 남한 면적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밀림을 태운뒤 3개월만에 진화됐으며 이같은 현상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영국 기상청은 열대림이 사막으로 변하면서 21세기 후반에는 죽어가는 식물들이 매년 20억t의 이산화탄소를 방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환경정의시민연대 자문위원▼
김재현(건국대 산림자원학 교수) 김정인(중앙대 산업경제학 교수) 김창섭(에너지관리공단 기후변화협약대책반 정책팀장) 서왕진(환경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최중기(인하대 해양학 교수) 추장민(베이징대 환경과학센터 연구원) 홍욱희(세민환경연구소장) 홍종호(한양대 경제학과 교수)<이상 가나다순>
<마나우스(브라질)〓박윤철기자> 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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