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열대림의 15%를 차지하는 브라질 아마존의 열대림. 이곳 숲의 나무들은 원주민인 인디오들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 뿐만 아니라 말라리아약과 식중독 치료제에 이르기까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주는 삶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이 지역에 개발의 손길이 미치면서 열대림이 급속히 파괴됐다. 예기치 않게 숲이 사라지자 수천년간 계속됐던 이들의 삶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열대림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인공조림으로 들어선 단일수종의 나무들과 목초지들은 원주민들에게 아무런 혜택을 줄 수 없게 됐다. 생활터전을 잃은 인디오들은 대신 마나우스나 벨렘같은 도시로 몰려들어 도시빈민으로 전락했다.
아마존에 미친 개발의 손길은 숲의 파괴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외지로부터 몰려든 밀렵꾼들이 아마존강 유역의 희귀 동식물들을 무분별하게 남획하면서 강의 생태계가 심하게 훼손되고 있는 것. 아마존강에만 서식하는 민물돌고래 등 희귀어종의 20% 이상이 최근 개체수가 급감하거나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브라질 북동지역 열대림의 생태계를 연구해 온 호세 다 실바박사는 “나무열매를 먹고 그 씨앗을 퍼뜨리는 열대조류들이 사라지면서 이들에 의존해 번식하는 열대수목의 3분의 1도 연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며 “열대림 보호구역을 현재보다 배이상 넓혀야한다”고 말했다.
유엔식량기구(FAO)에 따르면 브라질은 428종의 포유류와 1622종의 조류가 서식하는 세계 7대 생물다양성 보유국가 가운데 하나다.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것은 이 지역의 독특한 조건 때문이다.
▼한해 동식물 1000여종 사라져▼
연중 일정한 기온, 높은 습도 및 풍부한 강수량과 햇빛으로 인해 식물 성장에 최적의 조건을 형성하고 있는 것. 아마존 밀림의 경우 다른 지역이 수없는 기후 변화를 겪는 동안에도 빙하시대부터 똑같은 기후 조건을 가져왔기 때문에 나무의 평균 수명이 500∼1000년이나 된다. 이들 식물에 의존해 서식하는 동물의 종류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태고의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한 울창한 숲과 그 속에 서식하는 이름도 지어지지 않은 곤충과 동물들이 인간의 발길이 닿는 순간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다.
열대림의 손실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동남아시아에서도 심각한 수준이다. 50억평에 달하는 말레이시아 망그로브숲의 개펄은 수백종의 바다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였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망그로브숲의 30% 이상이 파괴되고 그 자리에 새우양식장이 들어서면서 개펄에 서식하던 50여종의 물고기들이 멸종했다. 어획고도 절반 이상 감소해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생태학자들은 급격한 삼림파괴와 생태계 훼손으로 한해에 최소한 1000여종의 야생동식물이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화석기록의 연구결과 자연적인 멸종률은 한해에 1∼3종에 불과하다. 자연 상태보다 1000배 이상의 속도로 생물종이 사라지고 있는 것.
유엔환경계획(UNEP)의 ‘지구생물다양성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동식물종 가운데 5∼20%가 곧 멸종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학자들과 민간환경단체들의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미국 하버드대 생물학교수인 에드워드 윌슨박사는 “20년안에 전체생물종의 20%가 사라질 것이며 그 뒤로는 50% 이상을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며 세계자연보호연맹(WCF)은 지구상의 포유동물의 4분의 1을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목록’에 집어넣었다.
열대림의 파괴가 다른 지역의 삼림보다 더욱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것은 생물다양성이 갖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 때문. 생물들이 인류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이 제대로 파악되지도 않은 채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약품 150종의 80%가 천연식물에서 얻어지고 있으며 최근 뛰어난 항암제로 평가받고 있는 택솔도 원래 북아메리카 주목에서 발견된 성분이다. 최근에는 에이즈 치료에 좋은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약제가 식물원료로부터 잇달아 추출되고 있기도 하다.
미국국립암연구소는 열대림에서 1만2000종의 식물을 조사한 결과 이들중 3종에서 뛰어난 항암성분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항암제 발견의 성공률은 4000분의 1이지만 이 확률에 인류의 최대의 난치병이 극복될 수도 있는 것이다.
▼"대량멸종 마지막은 인간"▼
생물종의 다양성이 유지될 경우 인류가 이들로부터 얻게될 혜택은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 국립환경연구소의 페른사이드박사는 “아마존 열대림에서 발생하는 가치는 생물종 보존과 담수공급,산소공급을 통한 온난화방지 등 1ha 당 3800달러에 달하지만 몇백달러의 목재를 얻기위한 당장의 이익에 급급해 무분별하게 파괴되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에드워드 윌슨박사는 “6500만년전 공룡의 멸종 이후 가장 엄청난 멸종사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인류는 자신이 주인공이기도 한 희대의 멸종극을 구경꾼으로서 바라만 보고 있다”며 “결국 이같은 대량멸종 사태의 마지막은 인간이 장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나우스(브라질)〓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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