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행정수도 헤이그에서 동남쪽으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쉐르토겐보쉬의 쉬델 가구공장. 공장 뒤뜰에선 가구를 만들며 남은 톱밥, 목재 찌꺼기가 철커덩거리는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어디론가 쉴새없이 실려가고 있다. 톱밥 등의 목적지는 70여m 떨어진 쉬델 발전소. 이 발전소는 가구공장에서 1t에 60길더(약 3만5000원)에 사들인 톱밥 등을 발전용 ‘연료’로 사용해 주변 인구 16만명의 전기수요의 3분의1 가량을 충당하고 있다.
톱밥 농작물 정원쓰레기 가축분뇨 등을 태울 때 나오는 열인 바이오 에너지. 대체 에너지를 찾아 나선 네덜란드 정부는 2020년까지 전체 에너지 생산의 10%를 바이오에너지로 충당한다는 ‘2020-10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네덜란드 환경성의 바이오에너지 연구는 두 마리 토끼잡기로 묘사된다. 고갈을 앞둔 화석연료를 대체하면서 화석연료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현격하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네덜란드 정부는 96년 3차 환경개발계획을 발표하면서 “25년간 장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현재 3%인 바이오에너지 비중이 10%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53PJ(페타 주울·1페타는 시간당 약 3만㎿와 동일)을 2020년까지 270PJ로 늘린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경제부의 콴트 박사는 “이 과정에서 연간 15∼20억 달러(약 2조원)선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이오에너지는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고 △음식물 및 정원 쓰레기,농작물 찌꺼기 등의 처리비용을 없애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서 기후변화협약 준수에 실패할 경우 구입해야 하는 배출거래권 비용을 절감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바이오에너지 발전소는 그동안 소비자의 환경의식에 의존해 운영될 수 밖에 없었다. 중소규모 이상의 공장 및 기업에서 전기회사를 선택할 수 있는 네덜란드에서 2000년1월 현재 인구 1500만명중 1%에 못미치는 14만명이 바이오에너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아직 바이오에너지 보급률이 낮은 것은 화력 원자력 발전전기보다 효율이 떨어져 생산원가가 높다는 점이다. 쉬델 발전소장 B.J.드 용은 “우리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는 1kw당 15센트로 화력발전소의 11센트보다 40% 이상 비싸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값싼 원료를 확보하고 연소기술을 향상시켜 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쓰레기 수거 및 수송비 절감을 위해 지금까지 세워진 20여곳의 발전소는 모두 정원 쓰레기 배출 등이 많은 대도시 주변에 세워졌다. 최근에는 바이오에너지를 위한 연료용으로 포플러 버드나무를 대량 재배하기 시작했다.
연소기술도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쉬델 발전소측은 “톱밥과 석탄을 9대1로 섞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발전효율이 30% 이상 높아졌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정부도 연구개발비용으로 연간 3000만길더(약 155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바이오에너지 보급을 위해 바이오에너지에 각종 면세혜택을 주어 일반 에너지와의 가격차를 줄이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바이오에너지 개발 및 보급을 책임지는 네덜라드 경제성의 반 다이크 박사는 “세제혜택, 보조금지급 등을 최대한 동원하는 정책을 앞으로 3년동안 집중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그린 펀드’. 환경개선사업이나 환경기술 개발을 위한 은행 대출에는 통상 대출금보다 금리가 1%포인트 낮다. 은행에는 이자수입에 비과세혜택을 제공된다. 결국 연간 20억길더(약 1조 2000억원) 가량이 보조금으로 지급돼 온 셈이다.
반 다이크박사는 “결국 환경사업은 투자금액의 25-35%에 대해 보조금 혜택을 받는 셈이 되지만 지금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다음에 비싼 값을 주고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사와야 된다는 점에서 효율적 투자”라고 말했다.
현재 네덜란드 TV에선 청정 에너지에 관한 공익광고가 방송되고 있다. 이 광고는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을 배경으로 뛰어노는 어린이를 흑백 화면 가득이 담아내고 있다. 값을 조금 더 치르더라도 어린이의 장래를 위해 ‘청정 에너지’를 선택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네덜란드 환경성 변호사인 반 데르 마리는 “이런 광고가 등장하는 것은 결국 세계 최고수준의 ‘환경보호’의식을 갖고 있는 네덜란드 국민이지만 값비싼 전기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높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99년말 환경부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만이 ‘다소 비싸더라도 기꺼이 환경친화적 전기를 쓰겠다’고 답했다는 것. ‘지금처럼 가격차가 크다면 환경친화적 전기를 쓰지 않겠다“고 답한 사람이 70%를 넘어섰다. 네덜란드 정부가 ”기술개발과 가격보조이 바이오에너지 보급이 관건“이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헤이그〓김승련기자>srkim@donga.com
▼바이오메스 CO2 배출-석탄의 30분의 1 수준▼
바이오매스를 발전하면 왜 이산화탄소의 ‘추가 배출’이 전혀 없다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발전소에서 톱밥이나 나뭇가지 같은 바이오매스 1t을 태우는 동안 이산화탄소는 분명히 배출된다. 그러나 이때의 배출량은 연소된 나무가 일생동안 광합성을 하면서 빨아들인 양과 동일하다. 결국 ‘빨아들인 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내뿜게 돼 자연계의 이산화탄소 총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연료의 경우도 ‘빨아들인 만큼 배출한다’는 원리가 적용된다. 석탄 1t을 연소시킬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수만년을 거치며 석탄 1t로 탈바꿈한 나무 수백그루가 광합성과 호흡을 반복하면서 축적한 양과 동일하다.
석탄 1t은 바이오매스 1t보다 5∼7배 높은 열효율이 있지만 30여배의 이산화탄소를 자연으로 내보내게 된다는 것이다.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전기값은 석탄의 경우보다 비싸지만 대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네덜란드처럼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탄산가스 배출량을 억제하되 목표치에 부족한 만큼은 돈을 주고 사야하는’ 국가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에너지는 곧 돈’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201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도의 94% 수준으로 줄인다는 기준에 따른 네덜란드의 배출 허용치는 2억600만t. 현재 상태가 이어진다면 2010년에는 2억5600만t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네덜란드 환경성의 반 카이엔은 “네덜란드가 앞으로 줄여야 하는 이산화탄소 5000만t의 절반인 2500만t은 바이오에너지를 통해 달성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헤이그〓김승련기자>srkim@donga.com
▼국내 연구 수준/아직은 '걸음마' 단계▼
국내에서도 바이오에너지 연구는 10년이상 계속돼 왔지만 대체로 실험단계에 머물고 있다. 목재 대신 음식물쓰레기 등 폐기물이 주에너지원이다. 삼림 자원이 풍부한 미국 캐나다나 북유럽 국가와는 달리 가용 임산 자원이 빈약한 탓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공급되는 에너지 가운데 바이오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99년말 현재 소각 등 폐기물에너지를 포함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0.91%. 그 가운데 바이오에너지는 4.3%(전체의 0.004%)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국내 바이오매스 연구는 일부 기술이 상용화했거나 여건만 성숙되면 상용화가 가능한 단계다. 음식 쓰레기나 축산 분뇨 등을 연소(혐기소화)시켜 메탄가스를 생산하는 공정이 대표적이다. 현재 경기도 안양 의왕시 등 3곳의 지방자치단체에 공급돼 가동중이다.
쓰레기매립장에 매장된 유기성 폐기물에서 자연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폐열도 에너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타당성 검토를 끝난 단계로 본격적인 개발을 앞두고 있다. 이밖에도 곡물에서 자동차용 에탄올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됐지만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휘발유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기 때문.
최근 한 연구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삼림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도 가용 유기성 폐기물을 에너지로 전환한다면 연간 약 360만t의 석유를 절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이진석 한국에너지 기술연구소>
▼환경정의시민연대 자문위원 명단▼
△김재현(건국대 산림자원학 교수) △김정인(중앙대 산업경제학 교수) △김창섭(에너지관리공단 기후변화협약대책반 정책팀장) △서왕진(환경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유상오(주택공사 도시개발부) △이은희(서울여대 원예학과 교수) △홍욱희(세민환경연구소장)
<이상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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