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자연인간]무공해車 기술개발 어디까지 왔나

  • 입력 2000년 7월 31일 18시 58분


“‘무공해 자동차’ 타령은 이제 지겨워요. ‘대망의 2000년대가 되면 매연 내뿜는 석유 차는 사라지고 ‘맹물로 가는 차, 무공해 자동차’를 타고 다니게 될 것이라는 발표를 한두번 들어봤습니까. 하지만 늘상 ‘무공해 자동차 곧 상용화’라는 보도만 나올뿐 그뒤론 감감무소식이잖아요. 결국 자동차라는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대기오염이라는 대가를 지불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차량 운행을 규제하는 수 밖에 없겠지요.”

무공해 자동차 개발 현황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가 미국 디트로이트로 현지 취재를 떠나기 직전 만난 한 환경단체 회원의 푸념이다.

기자도 일단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무공해 자동차 핵심기술 개발’ 등의 보도는 1980년대부터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그러나 세계 어느 곳에서도 물로 가는 차가 달린다는 소식은 없다. 그렇다면 무공해 자동차는 과연 이룰수 없는 꿈일까.

“지난 십여년간 자동차제조사들이 시민들에게 했던 약속은 다소 과장되고 성급했던 측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 7월 현재 무공해자동차 기술은 결정적 단계까지 와 있다.”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 디어본에 있는 포드자동차 본사. 포드자동차의 환경전략 담당 이사인 앤드루 아쵸는 “현재의 기술 진척 추이대로면 2010년경이면 수소를 연료로 하는 ‘연료전지 전기 자동차(Fuel Cell Electric Vehicles·FCEV)’가 일반 자동차에 못잖은 가격경쟁력을 갖고 시장에서 팔리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쵸이사 뿐만 아니라 디트로이트에서 만난 자동차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그동안 여러 갈래로 진행돼온 무공해 자동차 개발 노력의 귀결점으로 연료전지 자동차를 꼽았다.

연료전지 자동차는 수소와 공기중의 산소를 화학적으로 반응시킬 때 발생하는 전기에너지를 동력으로 삼아 달리는 자동차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발생하는 원리를 역이용한 것.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폴로 우주선(제미지5호)의 연료로 사용됐던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시켰다.

현재의 자동차는 화석 연료를 고온에서 연소시켜 나오는 열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방식.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이 배출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공기와 물만 있으면 달리는 연료전지 자동차에서는 수증기만 배출될 뿐이다.

미국 독일 등의 자동차회사들은 진작부터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해 왔다. 포드사가 올초 환경 관련 사업 부문을 통합해 만든 소그룹인 ‘싱크(Think)’의 대외협력책임자인 글렌 레이는 “우리는 그동안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에만 4억달러가 넘는 투자를 했다”며 “2010년경부터 무공해자동차의 판매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화석연료 자동차의 판매는 하강곡선을 그려 2050년경이면 무공해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이 일반 차을 앞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드사는 지난해초 주행성능이 일반 자동차에 비해 손색 없는 ‘P2000’이라는 연료전지 자동차를 선보였다. BMW사도 올6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2000월드엑스포’에서 ‘750hl’이라는 연료전지차를 선보였다. 이 차 역시 출발후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9.6초, 최고 시속 226㎞로 기존 차량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포드사 본사 기술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인 양웅철박사는 “연료전지 자동차 기술은 이미 주행성능이나 안전성 문제에서 일반 자동차에 비해 손색없는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료전지 자동차가 실제로 화석 연료 자동차를 몰아내고 도로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할 큰 걸림돌이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첫째 걸림돌은 수소를 어떻게 차에 공급하느냐는 것. 수소는 운반과 저장이 간단치 않다. 포드사의 연구에 따르면 매일 100만배럴의 수소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무려 950억달러가 든다. 수소의 운반과 저장 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연료전지 자체의 생산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연료전지 생산단가가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10배 이상”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기술진들은 이 문제에 대해 상당한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양박사는 “현재 우리가 모색하고 있는 대안은 ‘수소를 공장에서 만든뒤 주유소로 가져가 차에 공급한다’는 기본 전제에서 탈피하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즉 일반 가스충전소나 주유소에 즉석에서 수소를 생산(추출)할 수 있는 소규모 수소 생산설비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연료전지에 수반되는 공기 공급장치, 온도조절 장치 등 보조 장치의 기술적 미비점, ‘수소는 위험하다’는 인식 등 풀어야할 과제들은 적잖게 남아 있다.

그러나 양박사는 “무공해 자동차 시대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됐던 배터리 자동차가 무게, 충전시간, 짧은 주행거리 등의 한계 때문에 실망감을 안겨주었다”며 “하지만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로 인류가 원했던 진정한 무공해자동차 시대가 조만간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디트로이트〓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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