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자연 인간]캐나다의 '산림인증제'

  • 입력 2000년 8월 21일 18시 51분


전세계 목재 생산량의 40.1%(2000년 7월 현재)를 차지하고 집의 70%가 나무로 만들어지는 북미에서 우리나라의 24시간 편의점처럼 흔한 것 중 하나가 목재 전문 유통체인점이다.

그 중 ‘홈 디포’(Home Depot)는 북미 최대 점포망을 갖춘 업체. ‘집 개보수 용품점’(Home Improvment Warehouse)이라는 부제를 달고있는 이 업체는 인터넷 사이트(www.homedepot.com)에 사용자의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점포를 알려주는 ‘옐로우 페이지’를 운영할 정도다.

그런데 이 ‘홈 디포’가 지난해 가을 북미 임업회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구매 정책 상의 중대 변화를 발표했다. “앞으로 5년 안에 자사에서 판매하는 모든 목재품은 ‘산림 인증’(Forest Certification)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올 초에는 스웨덴의 세계적 가구업체인 ‘이케아’(IKEA)도 이와 유사한 정책을 국제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공동으로 발표하며 친환경 노선에 합류했다.

▼임업회사 '모두베기식 벌채' 포기▼

최근 친환경적으로 개발, 관리된 임지(林地)에서 생산된 목재품만을 소비하자는 산림인증제 운동으로 북미와 유럽 등 산림 선진국 임업회사들이 체질 개선 작업에 한창이다.

세계 목재 생산량의 4%(세계 2위·99년 기준)를 생산하는 캐나다 제1의 임업회사인 CANFOR(Canadian Forest)의 임지가 있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임업도시 프린스 조지.

산림인증제는 40년 넘게 지속된 이 회사의 벌채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1∼2ha 단위로 쪼개져 있는 CANFOR의 임지는 지금까지는 ‘다면적 모두베기’ 방식으로 벌채됐다. 즉 필요한 만큼의 임지를 그 때마다 모조리 베어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 회사의 임지 중 민둥산은 없어졌다.

회사 측은 확인을 요구하는 취재진을 위해 이 지역 전임지를 헬리콥터로 ‘조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5~6m 간격으로 나무 남겨둬▼

중서부 캐나다에서 캐나다 로키산맥까지 직선거리로만 200여㎞에 걸쳐 펼쳐진 이 회사의 임지 중 현재 벌채가 진행되는 한 곳을 무작위로 선택해 착륙했다. 약 1.7ha에 달하는 중소형의 임지에 표식처럼 50년생 시다(cedar)나무 수십그루가 5∼6m 간격으로 남겨져있다.

이른바 ‘가변적 유보 벌채법’의 흔적이다.

이 회사 기술부문 국장인 마이크 브래들리의 설명. “대부분의 임지는 인공림으로 가꿔졌기 때문에 나무들은 대개 연령대가 균일하다”며 “임지의 생화학적 생태의 변화가 ‘남아있는’ 나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앞으로 조림 계획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물론 이는 산림인증제를 주창하고 있는 환경단체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목재회사들의 자구수단이라는 측면이 없지는 않다. 브래들리는 “산림인증제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얼마만큼 벌채할 것인가보다는 무엇을 얼마만큼 어떤 형태로 남길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며 이는 목재회사로서는 혁명적인 경영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남아 있는 임지의 환경적응 상태를 관찰하기 위해 해충의 분포 여부를 계절별로 분석하기도 한다. 솔잎혹파리 등 해충의 분포를 면적별, 밀도별로 데이터베이스화해 특정 산림의 존속 기간을 판단하는 것.

수석 산림연구원인 월터 메토세빅은 “예를 들어 앞으로 5년 안에 이 지역은 해충 때문에 환경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용도 폐기될 것으로 예측되면 예상 벌채 시기 전에 미리 베어버려 인근 산림에 미칠 악영향을 예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해충 분포도를 이용, 최적의 환경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상업적인 효용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업활동-환경보존 적절히 조화▼

임업회사들의 산림 인증 획득을 위한 노력은 임지에 그치지 않는다. 프린스 조지에는 씨앗이 뿌려진 지 1개월에서 3개월까지의 묘목만을 길러 미국 일본 독일 등지에 수출하는 캐나다 최대 규모의 묘목원(Nursery)이 있다. 다 자라면 높이가 40∼50m에 이르는 소나무와 더글라스 퍼(Duglas Fur)등을 20∼30㎝ 단계에서 길러내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 곳에서 만난 환경부장 샌드라 모리슨은 “환경 분석이 끝난 임지에서 발아한 어린 묘목을 이 곳으로 옮겨와 기르게 된다”며 “사방 100㎞에 오염배출 업체가 없는 장소에서 길러지는 만큼 수출되면 국제적으로 회사의 산림인증제 정책을 알리는 역할도 하게된다”고 설명했다.

모리슨은 “지금까지 목재 수출국이 누려오던 산림 자원에 대한 독점적 지위가 친환경적인 산림 경영을 요구하는 산림인증제로 인해 줄어들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환경친화적 마인드가 높아질수록 임업회사들의 이에 대한 변화는 필연적”이라고 강조했다.

<프린스조지(캐나다)〓이승헌기자>ddr@donga.com

▼산림인증제란▼

친환경적으로 임지를 개발,관리하고 생산 시스템을 갖춘 임업회사가 만든 목재품만 사용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는 환경운동단체와 소비자그룹 등이 연합체를 구성해 기준에 따라 목재품에 친환경적 제품이란 인증서(Certificate)를 부착해주고 소비자에게는 이 제품만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것. 지금까지 구호성 시위나 그린피스식의 ‘육탄 저지’식 환경운동과는 달리 시장과 소비자의 힘을 이용해 환경 유관기업의 생산활동을 친환경적으로 유도하는 ‘강제력’을 지닌 것이 큰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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